팔씨름·레슬링·테니스… 극장가 스포츠에 빠지다
팔씨름·레슬링·테니스… 극장가 스포츠에 빠지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5.11 13:38
  • 호수 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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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레슬러’, ‘보리 vs 매켄로’ 등 스포츠 소재 영화 잇달아 개봉
최근 극장가에 팔씨름, 레슬링, 테니스를 소재로 한 스포츠영화가 나란히 개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마동석이 팔씨름을 소재로 열연을 펼친 ‘챔피언’
최근 극장가에 팔씨름, 레슬링, 테니스를 소재로 한 스포츠영화가 나란히 개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마동석이 팔씨름을 소재로 열연을 펼친 ‘챔피언’

챔피언 마동석 앞세운 팔뚝액션 선봬…   레슬러 유해진 주연으로 웃음‧감동 줘

보리 vs 매켄로   1980년 윔블던 대회 결승전 비화… 막판 20분 경기 장면 압권

[백세시대=배성호기자]

6월 러시아 월드컵,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스포츠 행사가 예고된 가운데 최근 국내 극장가에는 ‘당갈’을 비롯 ‘챔피언’, ‘레슬러’, ‘보리 vs 매켄로’ 등 스포츠 영화 4편이 잇달아 개봉해 눈길을 끌고 있다. 비록 전 세계적으로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역동적인 경기가 주는 긴박감, 그리고 등장인물이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오는 감동 등 스포츠 영화 특유의 장점을 살리면서 관객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범죄도시’의 성공으로 주연배우로 우뚝선 ‘육체파 배우’ 마동석이 출연한 ‘챔피언’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본 팔씨름을 소재로 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작품은 심장보다 팔뚝이 먼저 뛰는, 타고난 팔씨름 선수 ‘마크’(마동석 분)가 마음보다 잔머리가 먼저 도는 남자 ‘진기’, 그리고 갑자기 아이들과 함께 등장한 여동생 ‘수진’의 도움을 받아 챔피언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국내 최초 팔뚝액션물이다. 

팔씨름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박진감 넘치는 팔씨름 대결은 하나의 볼거리로 작용한다. 긴장감과 더불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마동석의 거대한 팔뚝은 시선을 강탈한다. 이를 위해 마동석은 대한팔씨름 연맹 선수들과 함께 고강도의 훈련을 받았다. 팔씨름 대결로 영화의 중심을 이끌고 가야 했던 그는 실제 프로 팔씨름 선수들 200여 명에게 팔씨름 기술을 배워 2년간 혹독한 수련 과정을 거쳤다. 

뿐만 아니라 전작을 통해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마동석표 코미디가 이번에도 큰 웃음을 선사한다. 곳곳에서 마동석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개그코드는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럭키’, ‘공조’, ‘택시운전사’, ‘1987’ 등 최근 개봉한 4편의 작품을 연달아 성공시킨 배우 유해진의 주연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레슬러’. 이 작품은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꾼으로 변신한 아들 바보 ‘귀보’(유해진 분)가 예기치 않은 인물들과 엮이기 시작, 평화롭던 일상이 유쾌하게 뒤집히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내를 일찍 떠나보내고 아들 성웅과 단 둘이 살아가는 귀보는 성웅을 레슬링 국가대표로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아들 바보’이지만 예상치 못한 일로 아들과 멀어지게 되면서 자신의 진짜 삶을 찾아가게 된다.

유해진 주연의 ‘레슬러’ 속 한 장면.
유해진 주연의 ‘레슬러’ 속 한 장면.

귀보는 동네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아들 성웅의 뒷바라지에 전념한다. 유일한 꿈은 레슬링 유망주인 아들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귀보의 평화롭던 일상은 예기치 않은 일들이 생기면서 순식간에 깨진다. 아들이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갑자기 반항하고, 성웅의 소꿉친구 가영은 귀보에게 엉뚱한 고백을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마(나문희 분)의 잔소리는 거세지고 소개팅으로 만난 도나가 4차원 매력을 발산하면서 귀보에게 거침없이 대시하면서 그의 삶은 꼬이게 된다.

작품은 레슬링을 매개로 가족애를 이야기한다. 레슬링이라는 도구로 겹겹이 응축된 갈등을 표면적으로 폭발시켜 감동을 극대화시킨다. 앞서 개봉한 비슷한 소재의 인도영화 ‘당갈’과 레슬링 장면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좋다. 

특히 유해진은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으로 웃음을 만들어 낸다. 숨이 멎을 정도로 열정적인 귀보의 에어로빅 춤사위는 이번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앞서 두 작품이 팔씨름, 레슬링이라는 소재에 웃음과 가족애를 버무렸다면 5월 10일 개봉한 ‘보리 vs 매켄로’는 실화를 바탕으로 테니스가 가진 박진감을 스크린에 옮겨놓은 작품이다.

1980년 윔블던 대회 결승전을 재현한 ‘보리 vs 매켄로’.
1980년 윔블던 대회 결승전을 재현한 ‘보리 vs 매켄로’.

1970~1980년대 테니스 선수는 현재의 아이돌 가수들처럼 막대한 팬층을 거느렸다. 특히 1980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그 정점을 찍은 경기였다.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챔피언 비외른 보리가 5연패에 도전하는 가운데 코트의 악동이라 불리는 강력한 도전자 존 매켄로가 맞서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언론은 둘의 일거수일투족을 다루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작품은 두 선수의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풀어냈다. 

스웨덴 스포츠영웅 보리와 자유분방한 미국의 상징 매켄로. 냉철한 기계 같은 보리와 다혈질의 매켄로. 극과 극으로 보이는 두 사람은 승리를 향한 치열함에선 많이 닮았다. 작품은 경기를 앞둔 둘의 모습을 보여 주는 데 주력했다. 초조함이 가득 묻어나는 눈, 그리고 불안감에 떨어대는 다리 등 클로즈업으로 팽팽한 긴장을 세밀하게 잡아냈다. 

작품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번갈아 보여 주다가 관객을 마지막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윔블던 경기로 데려간다. 20분간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숨소리 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두 배우의 연기 대결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보리 역을 맡은 스베리르 구드나손은 어깨까지 오는 긴 머리, 덥수룩한 수염, 헤어밴드가 트레이드마크인 실제 보리의 모습과 똑같아 놀라움을 준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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