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다는 ‘음이온 침대’서 발암 물질 대량 검출… 제품 수거 등 신속 조치를
몸에 좋다는 ‘음이온 침대’서 발암 물질 대량 검출… 제품 수거 등 신속 조치를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5.18 11:05
  • 호수 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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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온 건강 침대’로 알려진 제품에서 발암 물질이 대량 검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진침대 7종 제품에서 폐암 유발 물질인 ‘라돈’이 법정 기준치보다 최고 9.3배 검출된 것이다. 이는 엑스레이 촬영을 연간 100번 했을 때 노출되는 방사능 수치다. 대진침대는 해당 제품에 대해 회수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8년 전부터 2만대 넘게 유통된 것으로 밝혀져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문제가 된 침대는 음이온 방출 기능을 내세운 제품들로, 매트리스 속커버 또는 스펀지 안쪽에 ‘모나자이트’라는 음이온 파우더가 도포돼 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조사 결과, 이 파우더에 라돈 등의 방사성 물질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드러났다. 라돈은 냄새도 색깔도 없는 기체 형태의 방사성 물질로, 다량의 라돈이 호흡을 통해 폐 속으로 들어오면 폐암이 발병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성에도 침대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라돈에 대한 안전성 평가는 없었다. 음이온 파우더를 납품한 업체는 어디에 쓰는지 모른 채 주문서대로 납품했다고 밝혔으며, 침대 납품업체는 몸에 좋다는 칠보석 가루인 줄 알고 썼다고 해명했다. 현재까지 피폭선량이 기준치 초과로 확인된 대진침대 제품은 △그린헬스2 △네오그린헬스 △뉴웨스턴슬리퍼 △모젤 △벨라루체 △웨스턴슬리퍼 △네오그린슬리퍼 등 7개 모델이다.
소비자들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침대를 계속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회수에는 시간이 걸리고 방사성 농도가 높은 물질을 함부로 폐기 처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안종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라돈 침대는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에 함부로 폐기 처분해서는 안 되고, 일부 소비자들이 바깥에 내놓는 것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위원은 또한 “이번 사태를 국가재난 사태로 봐야 한다”며 정부의 강력한 대처를 촉구하기도 했다.
 
문제가 커지자 정부는 관련 제품을 확대해 조사하고, 침대 등 공산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원안위는 5월 16일 “이번 조사로 침대에서 라돈이 나온 주 요인은 ‘모나자이트’로 확인됐다”며 “해당 물질을 사용한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해당 모델을 가정에 보유하고 있는 경우, 회수조치가 완료되기 전까지 제품 사용을 중단하고 별도의 장소로 옮기거나 비닐커버 등을 씌워서 보관하라고 권고했다.
 
환경부, 산업부 등 정부 부처도 실내 공간에서의 라돈 측정, 국내 유통 매트리스와 사업장 실태조사, 침대류 등 공산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라돈 침대’ 사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원안위 등 정부 기관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음이온이 나온다며 고가에 판매되던 온열 매트에서 방사능이 검출돼 문제가 된 적이 있는데, 이 매트에 사용된 물질이 이번에 문제가 된 ‘모나자이트’였다. 이후 생활 제품의 방사능 검출량을 규제하는 법이 마련돼 2012년부터 시행됐고, 법에 따라 원안위는 모나자이트의 유통 현황을 보고받고 관리해야 했다. 그러나 원안위는 대진침대 사태가 불거진 후에야 모나자이트의 유통경로를 파악하고 이를 원료로 쓴 다른 제품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음이온을 방출하는 원료를 사용한 업체 수는 70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음이온 방출을 내세운 모든 제품에 대한 안전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아울러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부터 방사성 물질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보다 먼저 대진침대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사용자들의 건강도 추적 조사할 필요가 있다. 국민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정부 기관이 마땅히 해야 할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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