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엄마‧아빠’는 틀리고 ‘어머니‧아버지’가 맞다
[기고]‘엄마‧아빠’는 틀리고 ‘어머니‧아버지’가 맞다
  • 홍재석 소설가‧수필가
  • 승인 2018.05.18 11:23
  • 호수 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떤 사람이든 부모의 보호 없이는 자라날 수 없다. 가장 먼저 배우는 말도 ‘엄마’, ‘아빠’다. 이런 부모의 호칭에는 존칭어(尊稱語)와 비칭어(卑稱語), 가칭어(假稱語)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선 개개인의 호칭이 특히 중요하다. 이름을 불러도 되지만 굳이 호칭을 만든 이유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옛 어르신들은 어린 아이가 호칭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가칭어인 ‘마마, 엄마’, ‘파파, 아빠’ 등을 먼저 가르친다. 그러다 열 살이 넘으면 부모님을 존칭어인 ‘아버지’, ‘어머니’로 부르도록 교육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은혜로운 분들이기에 존경의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호칭부터 다진 것이다. 그래서 다 성장해서도 자녀들이 부모님을 엄마, 아빠로 부르면 그 자리에서 다그치고는 어머니와 아버지로 부르도록 했다. 
그런데 요새는 이런 문화가 거의 사라진 것 같다. 환갑을 넘겨서도 엄마, 아빠라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단순히 호칭을 가지고 유난을 떠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다만 호칭에 담긴 의미를 들여다보면 조금 달라질 것이다.
앞서 말했듯 엄마, 아빠는 어린 아이들이 쓰는 것이다. 그 단어에는 본질적으로 ‘어리광’이 묻어 있기 마련이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자기가 갖고 싶은 물건을 사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들이 부모를 어떻게 부르는지를 한번이라도 귀 기울여 들어봤다면 알 수 있다.
반면 어머니와 아버지란 호칭은 성숙함을 드러낸다. 단지 두 글자와 세 글자로 한 글자 차이지만 여기에는 반 만년 간 축적된 부모에 대한 존경심과 효심이 새겨져 있다. “아버지 필요한 거 없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어머니 저거 사주세요”라고 떼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부 사람들은 ‘어머니, 아버지’보다는 ‘엄마, 아빠’의 어감이 더 부드럽고 친근해 사용한다고 말한다. “호칭이 무슨 대수냐, 행동이 중요하지”라고 여길 수도 있다. 친구처럼 부모님을 살갑게 생각하는 것은 맞지만 친구처럼 부모를 대하는 건 잘못됐다. 아무리 부모와 가깝게 지낸다 해서 우리가 지켜온 예의까지 어겨서는 안 된다.
세상이 아무리 급격하게 변한다고 해도 부모님의 올바른 호칭은 어머니와 아버지다. 적어도 나를 낳고 길러준 소중한 분들에 공경한다면 이는 지켜야 한다.
조상들이 물려준 전통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 남녀가 겸상하지 못하게 한 것 등 시대착오적인 관습은 버리는 것이 맞다. 성인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부모님의 호칭을 예의 바르게 불러야 한다. 이는 사람의 첫째 덕목이고 도리이다. 또 호칭에 대한 이러한 교육은 후대에게도 물려줘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