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주제 전시회 3개 국내서 나란히 개최…사랑꾼이자 판화‧삽화에도 능했던 ‘색채의 마술사’
샤갈 주제 전시회 3개 국내서 나란히 개최…사랑꾼이자 판화‧삽화에도 능했던 ‘색채의 마술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5.18 13:39
  • 호수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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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 해든뮤지엄, 서울 M컨템포러리·예술의전당서 각각 열려

처음 선보이는 오리지널 작품, 샤갈이 직접 기획 화집, 판화 등 관심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며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샤갈을 조명하는 전시 3개가 나란히 열려 주목받고 있다. 강화 해든뮤지엄, 서울 M컨템포러리·예술의전당서 각각 진행되는 전시에서는 샤갈의 판화부터 화집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 사진은 M컨템포러리에서 진행되는 전시에 소개된 그의 대표작 ‘바바의 초상’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며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샤갈을 조명하는 전시 3개가 나란히 열려 주목받고 있다. 강화 해든뮤지엄, 서울 M컨템포러리·예술의전당서 각각 진행되는 전시에서는 샤갈의 판화부터 화집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 사진은 M컨템포러리에서 진행되는 전시에 소개된 그의 대표작 ‘바바의 초상’

지난 2004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색채의 마술사 - 마르크 샤갈’ 전이 열렸다. 3개월 간 진행된 전시회에는 무려 70만 명이 다녀갔다. 이는 샤갈과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전시와 비교하면 더 도드라진다. 2006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위대한 세기-피카소’ 전 관람객 수는 절반에 불과한 38만명에 머물렀다. 당시 샤갈전은 국내에서도 미술전이 충분히 흥행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됐고 이후 현재까지 매년 꾸준히 열리는 대형 전시의 마중물이 됐다. 

2011년 전시에서도 힘을 입증한 샤갈의 마술이 2018년 또 한 번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샤갈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잇달아 열리면서 관람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 인천 강화도 해든뮤지엄에서 오는 11월 10일까지 진행되는 ‘샤갈-신비로운 색채의 마술사’ 전을 시작으로 8월 19일까지 르메르디앙 서울호텔 1층에 자리한 M컨템포러리에서는 ‘마르크 샤갈 특별전-영혼의 정원’ 전이, 오는 6월 5일부터 9월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이 각각 열린다.

러시아 출신의 프랑스 화가이자 판화가인 마르크 샤갈(1887~1985)은 러시아의 민간 설화와 유대인의 생활상, 성서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로 인해 인간의 근원적인 향수와 동경, 꿈, 그리움, 사랑 등을 다채로운 색으로 표현해 ‘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린다. 인간 내면의 시적 감성을 열정적이고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통해 샤갈은 피카소, 고흐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포문을 연 해든뮤지엄의 ‘샤갈-신비로운 색채의 마술사’ 전에서는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샤갈의 오리지널 작품 4점과 판화 53점 등을 소개한다. 특히 샤갈이 기획하고 제작한 화집 2권을 눈여겨볼 만하다. 샤갈의 그림 42점이 포함된 화집과 그가 기획한 출판물이 전시장에 공개된다. 화집은 훼손 문제로 42점을 모두 공개하지 않고 펼쳐 보인 2점만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샤갈의 고향 비테프스크의 기억과 그가 사랑한 두 번째 도시 파리의 모습, 그가 사용하던 성경, 신화, 고전문학의 소재들은 동서고금의 희로애락을 아름답게 펼친다. 샤갈의 스테인리스 작품을 판화로 재현해 전시하고 있다.

시인 아폴리네르
시인 아폴리네르

M컨템포리에서 열리는 ‘마르크 샤갈 특별전-영혼의 정원’에서는 국내에서 열린 샤갈 관련 전시들 가운데 가장 많은 26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출품작은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4개 나라의 개인 소장자 7명의 소장품들 가운데서 엄선했다. 국내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25점에 달한다. 

제목처럼 전시장 내부는 샤갈의 인생과 내면세계를 만나는 ‘영혼의 정원’을 콘셉트로 꾸며졌다. 러시아의 전통 성화부터 인상파·입체파·야수파 등 19~20세기의 다양한 전위사조를 두루 섭렵했던 샤갈의 미술세계를 4부로 나누어 연대기순으로 짰다. 

먼저 1부 ‘꿈, 우화, 종교’는 종교적 상징주의와 낭만주의로 압축되는 샤갈의 초중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1917년 러시아혁명기 고향의 미술학교 교장을 맡아 예술운동에 몰두하던 시기, 혁명에 환멸을 느끼고 파리로 돌아온 1920년대 중반부터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시기, 프랑스로 돌아간 50대 시절까지의 작품들을 두루 보여준다. 빨강, 파랑 등 강렬한 원색 톤을 배경으로 샤갈의 작품 세계를 투영한 초기작 140여점과 동판화적 기법과 기교가 돋보이는 ‘성서’ 시리즈, 수작업으로 완성한 판화 ‘라퐁텐 우화’ 시리즈가 인상적이다.

2부 ‘전쟁과 피난’에서는 두 차례 세계대전과 피난, 혁명으로 인한 이주 등 역경과 고통의 상황 속에서도 희망과 사랑을 잃지 않았던 내면세계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쟁 뿐만 아니라 10월 혁명 등을 겪은 샤갈은 내면에 자리한 공포심을 흑백톤의 작품으로 표현했다. 샤갈의 친구였던 프랑스 문인 앙드레 말로가 스페인 내전 당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대지에서’ 속 삽화가 대표적이다.

‘시의 여정’에서는 미국 극작가 헨리 밀러가 ‘화가의 날개를 단 시인’이라고 헌사를 바쳤던 샤갈의 시적 감수성을 조명한다. 남프랑스 프로방스에 안정된 거처를 마련한 뒤 화풍이 숙성되는 1950년대 이후부터 말년까지의 작업 흐름들을 보여준다. 프로방스에서 새 삶을 시작하면서 느낀 원숙한 감각이 천상의 색으로 발현되어 작품 속에 녹아든 것이 이 시기 특징인데, 서커스, 종교, 우화, 꿈, 꽃 등을 주제로 한 작품과 판화 컬렉션에서 그런 단면을 보여준다.

마지막 공간인 ‘사랑’에서는 샤갈이 자기 작품에서 가장 중시했던 요소인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과 연애담으로 구성된다. 특히 샤갈의 영원한 동반자 벨라와의 사랑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살펴보는 게 핵심이다. 10대 시절 만나 동고동락한 첫 부인 벨라와 그의 말년을 함께한 러시아 여인 바바와의 사랑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가장 마지막으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샤갈 러브 앤 라이프’ 전은 샤갈과 그의 딸 이다가 직접 기증하거나 세계 각지의 후원자들로부터 기증받은 작품 중 150여점을 추려서 소개한다.

즐겨 입던 줄무늬 재킷을 입고 우아한 신사의 모습을 한 자화상부터 가족과 친구들을 그린 초상화, 그의 작업의 주된 테마가 된 연인들, 35세에 쓴 자서전 ‘나의 인생’과 함께 수록한 동판화, 또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준 아내 벨라의 책 등을 선보인다.

특히 문학과 깊은 인연을 맺은 샤갈의 여러 삽화와 서적, 피카소와 함께 판화를 제작하던 모습 등을 통해 종합예술가로서 숨겨진 면모를 조명한다. 또 특수 제작된 프로젝터를 통해 샤갈의 드로잉이 점차 그림의 형상을 갖춰가는 영상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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