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이갈이, 불면증·턱관절 손상 일으켜
심한 이갈이, 불면증·턱관절 손상 일으켜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5.18 13:41
  • 호수 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갈이 원인과 방지법
이갈이는 치아 손상, 시린이, 턱관절 손상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자료=대한치의학회
이갈이는 치아 손상, 시린이, 턱관절 손상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자료=대한치의학회

일부러 깨물 때보다 더 큰 힘 작용… 임플란트 치료 실패 불러

심하면 이갈이 방지장치 착용… 최근엔 보톡스 요법 활용

[백세시대=이영주기자]

정읍에 사는 김모(72) 어르신은 최근 이가 시리면서 두통까지 발생해 치과를 찾았다. 진료 결과, 잠자는 도중 이갈이를 심하게 했던 것이 시린이와 두통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갈이는 특별한 목적 없이 윗니와 아랫니를 맞대고 가는 것을 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악무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김 어르신처럼 심하게 이갈이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 두통, 불면증, 턱관절 손상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갈이의 영향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갈이를 할 때 치아에 가해지는 힘은 의식적으로 최대한 깨물 수 있는 힘보다 50% 정도 더 강하다. 이는 치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일 흔하게 나타나는 것이 치아 마모로, 이갈이가 심하면 치아 바깥층의 가장 단단한 표면층이 깎이게 된다. 또한 치아가 뒤틀리는 힘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치아와 잇몸을 연결하는 부위가 패이기도 하는데, 이러한 손상은 시린이의 주된 원인이 된다. 

이갈이는 턱 근육과 관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갈이는 턱에서 소리가 나거나 뻐근한 느낌이 드는 턱관절 질환의 주요 원인이며, 만성 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치과 임플란트 치료가 대중화된 요즘에는 이갈이 자체가 임플란트 치료의 성공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목되기도 한다. 

김영건 선치과병원 구강내과 과장은 “임플란트 치료의 핵심은 뼈에 나사와 같은 ‘식립체’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심을 수 있는지에 있는데, 치아에 강한 힘을 가하는 이갈이는 임플란트 식립체의 유착과 고정에 악영향을 미쳐 치료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갈이는 왜 일어날까? 김 과장은 “현재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이갈이는 수면 중 일어나는 뇌파의 각성과 관계가 있다”며 “수면 중에는 뇌파의 변화에 따라 얕은 수면과 깊은 수면 상태를 오가는데, 뇌파의 각성이 일어나면 깊은 수면에서 얕은 수면으로 넘어간다. 이때 교감신경 흥분, 심장박동 변화 등 여러 신체 변화가 나타난다. 턱 근육 수축도 그중 하나로, 이것이 이갈이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갈이의 치료

가장 흔한 이갈이 치료법은 구강 내 장치를 착용하는 것이다. 개인 치열에 맞춰 장치를 제작하고 치아에 붙인다. 장치에 적응하면 이갈이가 재발하는 경우도 있으나, 장치 착용은 이갈이가 치아, 턱관절, 근육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이갈이로 유발되는 시린이 등의 증상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이갈이 치료에는 중추신경계통에 작용하는 약물을 사용해 이갈이 증상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부작용 발생 위험으로 일부 경우에만 적용되고 있다. 김영건 과장은 “이갈이는 수면 중의 뇌파 변화에 의해 일어나기에, 이갈이를 완벽히 치료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엔 흔히 ‘보톡스’라 일컫는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하는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갈이가 턱을 움직이는 근육이 강하게 수축되면서 나타나므로 보톡스로 근육의 과도한 수축을 억제해 이갈이의 횟수와 강도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김 과장은 “기존의 구강 내 장치 치료가 이물감 때문에 불편할 경우 치료 계획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며 “보톡스 치료엔 이갈이로 인해 비대해진 교근(아랫턱을 끌어올리는 기능을 하는 근육) 크기를 줄여주는 기능도 있어 이갈이가 있는 사각턱 환자에게도 권장할 만하다”고 전했다. 

생활 속에서는 이 악물기 등 안면근육을 긴장시킬 수 있는 습관을 의식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딱딱한 음식물 섭취는 턱 근육을 긴장시켜 이갈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커피, 녹차 등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은 각성을 일으켜 숙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과도한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