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전면 재검토…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전면 재검토…왜?
  • 이진우 기자
  • 승인 2018.05.2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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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의 충분한 이해와 공감대 우선 판단 작용

[백세경제=이진우 기자]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속내는 외국계 자문사들이 잇따라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캐스팅보트가 될 국민연금도 선뜻 찬성 의사를 표시하지 못하고 의결권 행사를 전문위원회로 넘기는 등 주총에서 무산 되는 것보다 안건을 취소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는 지난 21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현재 체결돼 있는 분할합병 계약을 해제한 후, 보완해 다시 추진키로 하고 오는 2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취소하는 등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이던 개편 안을 보완하고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데는 주주들의 충분한 이해와 적극적인 지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어떠한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분들과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업 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보완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이 취소된 것은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았기 때문으로 예상한다. 우선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먼저 현대차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지배구조 개편안에 강하게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 ISS, 국내 의결권 자문사 기업지배구조원도 잇따라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현대차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주체는 현대모비스 주주들이다. 이들은 국내 수익의 70%를 차지하는 모듈, AS부문이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넘기면 현대모비스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또한 인수 주체가 글로비스라는 점이다. 지배구조 개편은 정의선 부회장 등 글로비스 주식을 30% 가까이 가지고 있는 총수 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팔아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이뤄질 경우 글로비스의 주가를 띄우고, 현대모비스 주가는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주주들로부터 받고 있다. 

반대 주주들은 또 분할, 합병비율과 관련해 분할 부문의 가치를 할인하는 가중평균 자본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주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진 데는 현대차그룹의 사업 시너지와 중장기 비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란 평가가 많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이 주장하듯 지주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이지만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우선 합병비율 조정 등의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를 위해 합병비율 자체를 조정하거나, 분할 부문을 상장시켜 시장의 평가를 받게 하고 이후 합병을 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한 주주 환원 정책과 관련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존과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며 “자동차사업 본연의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주주환원으로 선순환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와 규제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편 안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추진 중이던 개편 안을 보완하고 다시 검토하기로 한 만큼 향후 주주환원 정책과 실적 개선 방안이 시장의 공감대를 얼마만큼 얻을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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