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무장지대에서 南과 北이 할 일들
[칼럼] 비무장지대에서 南과 北이 할 일들
  • 이경선 서강대 겸임교수
  • 승인 2018.05.2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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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선 (파주 법흥리, 서강대 겸임교수)
이경선 서강대 겸임교수
이경선 서강대 겸임교수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지만, 자동차로 달려가 개마고원에서 트래킹을 하고, 몽골에서 은하수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대와 실망의 반복 속에 지치기보다는, 남과 북이 협력적 실익을 얻어 갈 수 있는 사업들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비무장지대에서 남과 북이 함께 해야 할 일, 함께하면 좋은 사업들은 이미 다양하게 구상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엄청난 양으로 매설되어 있는 지뢰를 제거하는 사업이다. 확인 가능한 매설지역도 있지만, 비밀 군사작전을 비롯해, 홍수·우천 등 자연력으로 변형·유실되어 정확하게 매설 포인트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지뢰들을 제거해야 비로소 온전한 생태지대로든 협력지대로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뢰제거 비용만이 큰 부담으로 남는다.

이와 더불어, 비무장지대 안에 각종의 비공식적 명목으로 설치되어 있는 노후화된 군사시설들을 철거하는 일이다. 물론 군사시설이긴 할지라도 인문적 가치를 따져 보존하거나 재활용할 여지는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비무장지대에 산재된 문화재,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과 유적 등에 대한 발굴 조사 사업을 함께할 수 있겠다. 이런 역사학적 접근은 남북 간의 동질성을 회복시켜주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토양·암반·암석 등 지질 연구조사를 함께 하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 가치가 높은 광물의 분포·매장 실태에 대한 공동 발굴조사도 생태 피해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차분하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파악된 한반도 광맥분포 지리 정보를 참고해 보면, 광물자원조사는 뜻밖에 남과 북 모두에게 뜻밖의 이익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있다. 광물자원으로부터 창출되는 이익을 지뢰제거 비용 등 기타 비무장지대 사업 비용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로, 비무장지대 형태를 고려해 동서 횡단으로 순례길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비무장지대 철책을 따라 놓인 기존의 길들과 달리, 비무장지대의 깊숙한 내면의 서정을 느낄 수 있는 루트를 조성하는 것이다. 전체 길이, 지형과 생태, 계절 변화, 역사사회적 의미 등을 고려했을 때, 평화와 자연 메세지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순례길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섯 번째로, 생태 침해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국제기구, 환경단체, 학술연구기관, 대학 통일시대연구센터 등을 집약적으로 유치하여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식산업이 새롭게 발화할 수 있는 이색적 거점을 만드는 일이다. 이곳에서 국제회의와 학술대회, 각종 교육연수를 비롯하여, 갈등과 경쟁으로 각박해진 사회에 새로운 감성과 지성을 주입시켜주는 활동이 만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섯 번째로, 청정지하수를 이용한 생수 사업을 들 수 있다. 생수 사업은 언뜻 생각하기로 매우 지엽적인 단위사업, 품목사업처럼 보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 먹는 물 산업의 시장 규모를 고려했을 때, 비무장지대 생수의 경쟁력과 덩어리 수익 창출 가능성이 있다. 이로부터 창출되는 수익을 통일기금으로, 비무장지대 관리와 사업 기금으로, 북한 식목사업 등 지원재원으로 쓰이게 해야 할 것이다. 

일곱 번째로, 동·식물 등의 서식 분포와 식생 등 생태자원을 조사하고, 비무장지대 생태계가 주는 편익을 묶어 생태계 서비스 계정으로 설정해 이를 지속가능하게 향유하도록 하는 일이다. 이외에도 부수적으로, 연구자 등의 정주를 위한 소규모 생태평화마을을 추가로 조성하거나, 친환경에너지 설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비무장지대 내에 설치되는 모든 신규 구조물은 자연친화적 소재 사용을 의무화하고, 필요최소성의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하며, 건축미학적 관점이 두루 견지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업들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선 남북정상회담 선언문만으로는 부족하고 좀 더 명료하게 갱신된 협정 등 신규 규범체제가 마련되어야 하겠다. 비무장지대는 전 구간에 걸쳐 자연과 인간과 공과학 기술이 융복합적으로 접목된 광역적 관점의 생태평화벨트로 다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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