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애 대한노인회 경기 광명시지회장 “경로당 깔끔·세밀하게 운영하는 여성 회장 더 많이 나오기 바라”
박종애 대한노인회 경기 광명시지회장 “경로당 깔끔·세밀하게 운영하는 여성 회장 더 많이 나오기 바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5.25 13:36
  • 호수 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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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개 전국 지회장 중 유일한 여성… 지회 운영에 어려움 없어

‘무궁화 코사지’(조화) 창안… 반영구적이며 충효사상 절로 일깨워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여성 경로당 회장들은 세밀하고 깔끔하다.”

전국 245개 지회장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박종애(72) 대한노인회 경기 광명시지회장의 말이다. 박 지회장은 이어 “여성 회장은 사람도 잘 다루고 청소도 깨끗이 한다”며 “회계라든지 기안 같은 건 좀 약한 부분이지만 여성 회장이 한 사람이라도 더 나오기를 바라는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사무국장 시절 경로당 활성화의 첨병역할을 다했다는 박 지회장을 만나 노인의 행복과 위상 향상을 위해 기울여온 노력과 열정을 들었다.

-사무국장을 오래 한 듯싶다.

“강북지회 취업센터장으로 출발해 2006년 광명시지회 취업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겨 그해 말에 사무국장이 됐다. 2년의 공백기를 거쳐 2015년 지회장 되기 직전까지 일했다.”

-그간 어떤 일들을 했나.

“사무국장으로서 처음 한 일이 ‘경로당파견강사’를 만든 것이다. 경로당 회원 중 특기나 재주가 있는 분을 선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원을 받아 교육을 이수시켜 자기 경로당에 돌아가 노래, 체조 등을 전 노인들에게 전수한 것이다. 경로당파견강사의 효시로 순전히 제 창작이다.”

-또 다른 업적이라면.

“수당을 받는 통·반장 자리에 젊은 사람이 대부분인 걸 보고 노인도 참여하게끔 시의회에 조례 개정을 요구했다. 35세부터 65세까지 돼 있는 조항을 70세로 올려달라고 하자 안 된다고 했다. 결국 68세로 조정 되면서 많은 노인이 기회를 얻었다.”

박 지회장은 “사실 사무국장으로 일을 많이 했다. 자원봉사의 기틀을 마련한 것도 그 중 하나”라고 기억했다. 

-자원봉사 역시 처음 생각해낸 건가.

“생전에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한노인회 안필준 전 회장의 뜻에 따라 2007년 9월에 ‘장수자원봉사단’(430명)을 창단했다. 이분들이 경로당 주변을 청소하는 건 물론 ‘가을 낙엽 내 집 앞 쓸기는 내가 먼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봄·가을에 한 번씩 낙엽을 쓸고 걷어내는 작업을 했다. 이게 자원봉사의 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들의 등하교 길을 돌보는 ‘노인교통봉사대’(50명)는 가장 잘 되고 있는 모범사례일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8년 아동성폭력범죄가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 어린이 보호에 어르신들이 앞장섰다. 그해 광명시 상업지구 로데오거리에서 방범대, 해병대, 경찰 여성계 등 각 기관, 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결의대회를 갖고 가두행진을 했다. 호루라기 수천 개를 어린이에게 보급하고 야간에도 활동했다. 어린이유괴성범죄추방 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한 대회에 나가 사례 발표를 해 상금(5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것이 ‘할머니경찰대’를 거쳐 지금의 ‘실버순찰대’로 바뀌어 역시 노인 일자리가 됐다.”

박종애 지회장이 직원들과 기념 촬영했다. 오른쪽 두번째가 공용섭 사무국장.
박종애 지회장이 직원들과 기념 촬영했다. 오른쪽 두번째가 공용섭 사무국장.

박 지회장은 강원도 홍천 출신이다. 동국대 사회복지학과를 나왔다. 홍천 군청, 강원 도청에서 근무했다. 서울대 장수과학연구소에서 공부했고 국회의원 출마 경력을 갖고 있다. 광명시 게이트볼 회장을 지냈다. 2015년 8월 광명시지회장 선거에 당선돼 현재에 이르렀다.

-지회장 선거에 여성이라 어려웠던 점은.

“여자라고 딱히 어려웠거나 불리한 점은 없었다. 사무국장 시절의 저를 알았던 지회 임원들이 후속 임원들에게 좋게 얘기를 해준 덕을 많이 봤다. 어떤 분이 ‘태클을 걸어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 ‘그런 거 두렵지 않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서울대 장수과학연구소는 어떤 곳인가.

“노인복지서비스를 더 연구하고 싶어 2008년에 서울대에서 운영하는 연구소에 한 학기(6개월)를 다녔다. 한 기에 30여명의 일반인이 교수들로부터 배우고 논문도 썼다. ‘노인에게 의료비 지원보다는 일자리 지원이 더 중요하다’는 내용의 논문을 써 최우수 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박 지회장은 “그 후 복지부가 주최하는 노인 관련 세미나에서 내 논문의 취지와 같은 내용이 거론되면서 노인 일자리가 쏟아져 나왔다”고 기억했다. 

-정치를 하고 싶었나 보다.

“원래 정치에 뜻이 있었다. 47세 때 14대 국회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고 가능성도 보였으나 야당 당수가 사흘간 선거지원유세를 하면서 대세가 기울어져 포기했다.”

-지회장 3년째이다. 그간 해온 일은.

“가장 먼저 한 일이 의사, 치과협회, 한의사협회하고 협약을 맺었다. 한의사들이 전체 경로당을 순회하며 진찰하고 침을 놔주고, 보건소에서 혈압·혈당 측정과 함께 구급함을 경로당마다 비치해주었다. ‘금강정사’라는 절과 자매결연을 맺고 노인들에게 템플 스테이의 기회도 주었다. JCI 청소년회의소와도 결연을 맺었다.”

-대표적인 업적이라면.

“‘한바탕웃음큰잔치’라는 사업을 따냈다. 체조, 노래, 춤에 재능 있는 경로당 회원들이 3차례의 예선전을 통해 우승을 가린다. 우승자들만이 JCI 청년회의소의 협조를 받아 실시하는 실버경연대회 무대에 올라 기량을 뽐낸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경로당이 활성화 되고 노인들의 행복지수도 높아진다. 어버이날을 기해 독거어르신 위안잔치를 이틀에 나누어 해드린다.”

박 지회장은 2013년 광명시청의 지원을 받아 회사 한 곳과 경로당 한 곳이 자매결연을 맺고 경로당이 매달 일정한 금액의 지원을 받는 ‘1사1경’ 사업도 언급했다. 박 지회장은 “사업체 경영 악화로 원래 취지대로 잘 되지 않다가 작년 7월, 시청의 도움으로 ‘신바람경로당’ 후원사업으로 바뀌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광명시를 소개해 달라.

“광명시 전체 인구는 35만여명이고 노인인구는 13% 정도 된다. 회원은 4200여명이며 경로당 수는 115개이다. 광덕산·도덕산·구름산 등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공기가 맑아 노인들이 살기에 좋은 지역이다.”

-광명시와의 협조 관계는.

“사무국장 시절 개인의 도움으로 한궁을 전 경로당에 보급했고 최근에 시에서 공기청정기, 김치냉장고, 냉·난방겸용 에어컨을 전 경로당에 넣어주었다. 36년 사용해온 노인회관을 헐고 현재 그 자리에 새 회관을 짓고 있는 중이다.”

-지회 운영 철학은.

“노인이 소외 받지 않고 당당하게 주도적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저와 직원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노인복지를 연구하고 집행하고 있다. 직원들 인성교육을 위해 ‘출근하면 먼저 시집과 친정에 안부전화부터 걸고 일을 시작하라’고 권했더니 요즘 착실히 ‘효행전화’를 하고 있다.”

박종애 지회장은 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한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업체에 의뢰해 새롭게 제작한 무궁화 코사지를 소개했다. 그는 “한 번 쓰면 버리는 코사지를 무궁화꽃(조화)으로 대체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해 경제적이고 무궁화가 상징하는 애국심, 충효사상이 절로 일어난다”고 말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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