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도둑질해 돈을 벌다니…
웹툰 도둑질해 돈을 벌다니…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5.25 13:47
  • 호수 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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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국내에 ‘닌텐도 DS 라이트’가 출시됐다. 일본의 게임회사 닌텐도에서 개발한 휴대용 게임기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아기자기한 게임을 내세워 흥행몰이에 성공한다. 장동건과 이나영 등 당시 톱스타를 기용한 광고까지 합세해 300만대가 넘게 팔렸다. 먼저 결과를 말하면 닌텐도 DS 라이트는 국내에서 ‘쫄딱’ 망했다.
닌텐도는 한국지사인 ‘한국닌텐도’를 설립해 잠시 흑자를 보는가 싶었지만 이후 어마어마한 적자로 전환됐고 결국 수백명의 직원을 거느렸던 회사는 핵심인력만 남긴 소기업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유는 단 하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때문이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발한 게임을 한 푼도 내지 않고 불법으로 복제해 사용하면서 게임회사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고 이는 결국 게임산업 자체를 휘청거리게 하는 악순환을 불렀다. 게임기를 엄청나게 팔고도 망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게임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대중문화산업이 불법복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불법복제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심했다. CD나 카세트가 아닌 컴퓨터 파일인 MP3로 음악을 듣는 시대가 오면서 음반시장도 10분의 1로 줄어들었고 영화 역시 개봉과 동시에 인터넷에 떠도는 불법 파일로 곤욕을 치뤘다.

한동안 돈 주고 게임을 하고 음악을 듣고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사람은 바보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 정당하게 대가를 치른 사람이 오히려 조롱을 당하는 이상한 형국이다. 
그러다 2010년대 이후 저작권이 강화되고 이를 위반한 사람은 막대한 손해배상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가수와 영화인들의 호소도 한몫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복제물은 판을 친다. 
지난 5월 23일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유통업자가 검거됐다. 만화가들이 혼신을 다해 그린 만화를 불법으로 유통하면서 광고 수익으로 수억 원을 벌어들인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도둑질도 나쁜데 그 도둑질로 사업까지 해 더 큰 수익을 얻은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불법복제물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불법복제물을 이용한 모든 사람이 범죄자란 소리는 아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한 잘못을 바로잡으면 된다.
문화상품을 유통시키는 것도 결국 돈이다. 감동을 주는 음악과 영화를 계속 듣고 보고 싶다면 해당 가수와 제작자들이 계속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구매해야’ 한다. 문화 생산자들이 강조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저소득층도 충분히 제값을 치르고 문화를 향유하고 창작자들 역시 합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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