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산책]병풍
[디카시산책]병풍
  • 최남균
  • 승인 2018.05.25 13:54
  • 호수 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풍

가림막도 때로는 수묵화가 된다

 

고단한 하루의 노동이

바람의 터치에 흔들리는 그림자

 

석양의 여적이 

노동자 웃음꽃으로 번지는 여백

최남균

**

아직 조금 남아있는 햇살에 의지해 한 폭의 수묵화를 완성하고 있는 저 병풍, 하루가 저물면 저 그림도 사라지리라. 그리고 달빛이 다시 저 화폭을 채우리라. 지웠다 다시 그리는 낮과 밤 사이, 고달팠던 노동의 무게가 웃음꽃으로 번지면 내일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다고 어깨를 다독여주는 손길이 있어 다시 저 길을 걸어 출근을 하고 잔잔히 퍼지는 묵향처럼 노동자의 입가에도 땀내 전 웃음이 번지겠지. 

자연이 그리는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세상 오욕칠정에 물들지 않는다는 회색빛으로 그려도 그 어떤 화려한 색감보다 빛난다. 바람이 불 때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그림 앞을 지나며 시인에게 오늘 하루가 얼마나 귀하게 여겨졌을지 짐작이 간다. 내일에도 다시 내일이 와도 여전히 땀 흘리는 현장에 그대가 있기를….    

    글=이기영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