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회장 ‘배임‧횡령’ 첫 공판…GE유상감자 배임 여부 쟁점
조현준 효성회장 ‘배임‧횡령’ 첫 공판…GE유상감자 배임 여부 쟁점
  • 라안일 기자
  • 승인 2018.06.01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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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 회장 위해 주식가치 11배 뻥튀기” VS 변호인 “균등 감자 배임 적용 안 돼”
변호인측, 동생 조현문 경영권 욕심에 악의적 고발 주장도
200억원대 배임‧횡령 의혹을 받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0억원대 배임‧횡령 의혹을 받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세경제=라안일 기자]2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첫 공판에서 검찰과 조 회장 변호인측이 날선 공방을 펼쳤다. 검찰과 변호인측은 조현준 회장의 개인회사 의혹을 받고 있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의 유상감자 및 자사주 매입과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검찰은 대주주의 사적이익을 위해 자사주매입이 결정된 것으로 주주평등 원칙에 위반된다는 입장인 반면 변호인측은 모든 주주들이 동의하고 보유 주식의 28.8%의 균등한 비율로 감자가 이뤄진 만큼 배임혐의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강성수)는 지난 31일 서울지방법원에서 배임‧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현준 회장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조회장은 사실상 개인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가 경영난·자금난으로 퇴출위기에 처하자 그룹 차원에서 지원방안을 기획한 뒤 효성투자개발을 통해 자금조달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이 ▲GE 유상감자, 자사주 매입 등 179억원 배임 ▲아트펀드에 개인 미술품을 들여보내면서 12억원 배임 ▲2007~2012년 3월 효성 직원이 아닌 자에게 허위 급여 3억7000만원 지급 후 임의 사용 등 횡령 ▲2007~2011년 5월 효성 인포메이션 직원이 아닌 자에게 허위 급여 12억4300만원 등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측은 효성 관련 횡령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부정하고 있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측이 모두진술과 변론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한 부분은 GE 유상감자 및 자사주 매입 등 179억원 배임혐의다.

검찰은 GE가 유상감자·자사주 매입을 단행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조 회장의 자금마련 목적으로 무리하게 감자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당시 주당 7500원의 자사주 매입가액이 검찰이 산정한 주당 649원에 비해 11배나 높은 것을 문제 삼았다.

검찰은 GE의 주식가치를 주당 649원으로 산정한 근거로 “2012년 부채비율이 116%에 달하고 매출채권이 328억원으로 당시 매출 450억원의 73%에 달하는 등 심각한 부실상태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회장은 외국인 투자유치와 상장 등으로 인해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게 되자 김모 GE대표에게 자사주 매입·유상감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게 했다”며 “유상감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 회장의 세금 부담까지 고려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주주의 사적이익을 위해 자사주매입이 결정된 것으로 주주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며 “이로 인해 조 회장은 실제 주식 가치가 649원에 불과한 GE의 주식을 주당 7500원으로 정해 GE에 197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측은 검찰이 무리한 법리해석으로 조 회장을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측은 모든 주주들의 동의아래 지분비율에 맞춰 균등 감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상법상 배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법원 판례 등을 들어 주주가치를 높게 또는 낮게 적용하는 것은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변호인측은 “당시 주주총회에서 엑셀시어를 제외한 주주 전체의 찬성으로 유상감자와 자사주매입 안건이 통과됐고 감자와 자사주 매입도 각 주주의 지분율에 비례해 균등하게 이뤄져 문제가 없다”고 피력했다.

이어 “당시 모든 주주들이 28.8% 비율로 감자할 것을 동의했지만 조 회장은 자신에게 배당된 물량보다 적은 지분만 처분해 더 큰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측은 감자 진행과정에서 채권자 보호조치를 전부 이행했고 이의기간 공지 및 재공고, 채권자 이의 제기 없었다는 점을 들어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유상감자 동의한 것으로 간주했다.

변호인측은 검찰이 조 회장의 배임 근거로 삼은 GE 유상감자 당시 주주가치를 높게 잡은 것 또한 대법원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배정사건 판례를 예로 들며 문제가 없다고 제시했다.

변호인측은 “대법원이 삼성 에버랜드 판례를 보면 주주 균등 유상 증자 발행가를 시가에 비해 낮게 적용해도 배임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설령 검찰의 판단대로 GE가 유상감자액을 시가보다 높게 적용했다고 해도 배임죄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든 주주의 동의 아래 균등하게 이뤄진 자본의 증감은 회사의 이익 및 손해와 상관없다고 해석한 셈이다.

변호인측은 조현준 회장과 효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놓고 갈등을 빚은 동생 조현문 전 부사장의 진술만 믿고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변호인측은 “동생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경영권에 대한 욕심 때문에 무리한 고발을 했고 이 사건의 기소로 이어졌다”며 “조 전 부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퇴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자 자신의 효성 주식을 매각해 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회사는 경영권에 대한 방어가 시급해 주식을 재매입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 전 부사장은 자신 명의의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매도하려는 딜이 순순히 이뤄지지 않자 협박하는 전략을 세웠다”며 “검찰에서 압수수색한 자료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주식을 일거에 매도해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재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조 전 부사장의 진술을 토대로 기소한 검찰의 공소사실은 신빙성이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측이 조현문 전 부사장 관련 검찰의 공소사실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공소사실에 첨부되지 않은 증거를 제시하자 검찰이 즉각 반발하기도 했다.

한편 조 회장은 이번 재판과 별개로 또다시 검찰조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익편취 행위와 관련 검찰에 고발하면서 횡령·배임 혐의에 이어 다시 법정에 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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