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문재인 케어’ 반대 집회 1만명, “효과 적은 ‘비급여’까지 건보 적용은 무리”
대한의사협회 ‘문재인 케어’ 반대 집회 1만명, “효과 적은 ‘비급여’까지 건보 적용은 무리”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6.01 10:46
  • 호수 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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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앞줄 가운데) 포함 의사 1만여명은 지난 5월 20일 서울 덕수궁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연합뉴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앞줄 가운데) 포함 의사 1만여명은 지난 5월 20일 서울 덕수궁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연합뉴스

의협 “보험료 크게 오를 것… 비급여 사라지면 병원 운영 타격” 주장도

복지부 “재정파탄 주장은 기우” 반박… 시민단체는 ‘문재인 케어’ 촉구

[백세시대=이영주기자]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문재인 케어)는 절대로 실현될 수 없는 정책이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5월 20일 서울 중구 덕수궁 앞에서 열린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정부를 향해 이같이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의사 1만여명이 ‘국민 위한 의료제도 포퓰리즘으로 무너진다’ 등의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들고 참석해 최 회장과 뜻을 같이했다.

‘문재인 케어’는 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이르는 말로, 초음파와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등 치료에 필수적인 3800여개의 비급여 진료 항목에 대해 단계별로 건강보험을 적용해 건강보험 혜택을 높인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의사협회는 문재인 케어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건강보험료 대폭 인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도 정책 추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다른 의약단체와 시민단체는 문재인 케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 의사협회가 반대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사협회 “의료 과잉 초래”

의사협회는 지난 5월 1일 최대집 회장이 새로 선출된 이후 문재인 케어 반대 운동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최 회장은 의사협회장 후보 시절 문재인 케어 반대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운 인물로, 30% 이상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된 바 있다. 

최 회장은 5월 14일 자유한국당과 문재인 케어 저지를 내세운 공동협약서를 체결했으며, 20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 집회를 주도했다. 이어 30일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앞에서 MRI검사 급여화 저지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 정부는 올해 하반기 뇌·혈관 질환 MRI 급여화를 추진하면서 관련 학회와의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의사협회의 강한 반대에 학회측 인사들이 불참하면서 회의는 무산됐다. 

최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뇌·혈관 질환 MRI가 급여화 되면 현재 80∼90만원대의 검사비는 20∼30만원대로 낮아질 것이고, 이는 환자들의 검사 과잉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대학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은 더욱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해서라도 MRI 검사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급여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최 회장의 주장이다. 

정부와 의사협회는 MRI 검사뿐만 아니라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놓고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 행위 중에서 급여 항목은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으로 환자의 비용 부담이 적다. 정부는 진단과 치료에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의료 행위에만 보험 적용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비급여 항목은 치료 효과가 모호하거나 비용 효과가 떨어지는 의료 행위들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의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게 의사협회의 설명이다.

의사, 병원 등 의료공급자 입장에서 급여 항목은 의료비 일부는 환자에게 받고, 나머지 금액은 심사를 거쳐 국가에서 받게 되는데 청구한 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공급자측은 이러한 손실이 병원 운영을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결국 비급여 항목을 늘려 수입을 보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대집 회장은 “비급여 항목들이 지금껏 존치되고 있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며 “그간 필수의료임에도 보험 재정의 한계로 비급여로 남아있는 경우가 있는 반면에, 어떤 항목들은 비용 대비 치료 효과가 현저히 낮거나 현행 급여항목보다 우수하지 못해서 비급여로 존치되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연 치료 효과가 현저히 낮거나 우수하지 못한 비급여 항목들까지 대폭 급여화하겠다는 문재인 케어가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한 합리적인 보장성 강화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복지부 “국민 의료비 부담 줄여야”

보건복지부는 의사협회의 날선 공세에 우려를 표명하며 의사협회가 제기한 문제들에 적극 반박하고 있다. 

먼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70~120조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의료계 추산에 복지부는 “합리적인 추계방식으로 산출한 결과 2022년까지 필요한 재정은 30조6000억원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보장성 강화에 따른 빈도 증가까지 고려한 결과이고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계한 재정과도 비슷한 수치”라고 밝혔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 우려에 대해서는 20조8000억원의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 일부와 보험료율 인상, 정부지원금 확대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 나갈 계획으로 보장성 강화로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에 이르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복지부는 강조한다. 

특히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재원을 확충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내야 할 건강보험료 인상률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 4월 백세시대와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5년간 인상률은 과거보다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적립금을 보유함으로써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급증을 대비하는 것이 우선 아니냐는 지적에는 현 시점에서 개별 가계의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고령화된 국민의 의료비로 인한 국가 전체의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건강보험 보장률은 63% 수준으로 중증질환에 걸리면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 위험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보장성 강화를 통해 보장률을 7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시민단체는 “문재인 케어 지지”

시민단체는 의사협회의 반대가 건강보험 수가를 올리기 위한 집단행동이라고 비판하며, 정부의 흔들림 없는 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의협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는 데 주춤거린다면 이는 대선 공약의 파기이고 국민과 환자에 대한 배신 행위”라며 문재인 케어를 지지하고 정책 추진을 촉구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실장도 “병원비가 부담스러운 원인은 결국 과도한 비급여”라며 “일정 수준으로 의료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한편, 의사협회는 30일 건강보험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를 선언하고, 6월 중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투쟁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온라인 전국의사 비상총회를 소집하겠다고 밝히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계와의 갈등은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보장성 확대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의-정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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