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한항공에 주주권 적극 행사” 밝혀… 경영권 침해는 부작용 불러
국민연금 “대한항공에 주주권 적극 행사” 밝혀… 경영권 침해는 부작용 불러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6.01 13:48
  • 호수 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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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대한항공에 공개서한을 보내고, 경영진 면담을 추진하는 등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 사태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국민연금 가입자인 국민에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공단이 투자기업에 공개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향후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다른 기업에도 입김을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일각에선 이러한 정부 개입은 기업들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대한한공 사태는 4월 12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홍보대행사 직원에게 음료를 뿌리고 물컵을 던졌다는 ‘물벼락 갑질’ 의혹이 제기되면서 촉발됐다. 이후 조현민 전 전무뿐 아니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그리고 이들 남매의 어머니이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 횡포가 폭로됐다. 여기에 밀수와 탈세 등 각종 의혹에까지 휩싸이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현재 대한항공 노조는 총수 일가의 경영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총수 일가에 대한 여론 악화는 대한항공 주가를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실제로 조현민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대한항공 주가는 12%가량 떨어졌다. 국민연금은 이번 사태로 약 688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추정했다.

이에 국민연금은 지금의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방침을 선언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3차 회의에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밀수, 관세포탈, 재산 국외도피, 탈세 등과 관련한 보도가 계속 이어져 국민의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며 “대한항공의 2대 주주로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주주권을 행사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주식 12.45%를 보유,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지주사인 한진칼(29.62%)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와 있다.   

국민연금은 주식시장의 ‘큰 손’이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270곳이 넘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네이버, LG화학 등 재벌 기업에서 국민연금은 1대 또는 2대 주주로 막강한 지분 파워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이 지분 1% 이상을 보유하거나 전체 주식 운용액의 0.5% 이상을 차지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투자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772개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경영 개입 성격이 짙은 공개서한을 투자기업에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과거엔 한 번도 없던 일이다. 때문에 이번 박 장관의 발언에 국민연금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은 크게 긴장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고, 기업의 경영 자율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투자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강화는 정부가 국민연금에 재벌 감시자 역할을 부여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해서다.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기업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주주라는 이유로 의결권을 남용하게 되면 국내 증시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이번 조치만으로는 기업의 경영 자율권을 훼손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처음 있는 일이기에 아직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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