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유권자의 표는 집약될 수 있는가
노인유권자의 표는 집약될 수 있는가
  • 김동배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 승인 2018.06.01 14:38
  • 호수 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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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4000만명 회원의

은퇴자협회 중심으로 활동

세를 과시하기 보다는

50대까지 끌어안으면서

노인정책 영향력 미쳐

지난 5월 말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6.13 지방선거와 노년유권자의 역할’이라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연합회 회장인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임춘식 명예교수는 “2018년 3월 말 65세 이상 노인은 73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4.2%의 노인 표가 이번 6.13 지방선거의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나라도 ‘실버민주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선거가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정치’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층의 정치세력화를 전망해 볼 수 있다. ‘헛도는 노인복지정책에 뒤통수 맞는 노인들’이 되지 않도록 한 표의 기적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개회사를 하였다. 

발표자인 한성대 행정학과 황진수 명예교수는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은 노인의 집약된 투표권 행사로 우리 정치문화 형성에 큰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몇 번의 선거과정에서 노인권익운동과 관련하여 정당 결성, 후보 공천, 후보자 지원, 노인복지 관련 공약이 있었으나 일반 국민들에게 인정되지도 않았고 감동도 주지 못했다. 투표권을 가진 노인들이 단결하고 다른 조직과 정치적 제휴를 하여 국민적 합의를 받아낸다면 노인권익운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노인권익운동의 실천적 항목은 노인의 소득 및 의료 보장과 국가 사회를 위한 봉사가 되어야 한다. 노인권익운동이 노인의 특혜만을 주장하는 이기적인 운동이 된다면 도덕적으로 이를 방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발표를 하였다. 

나는 토론자로 참여하였다. 나의 토론 요지는 ‘노인유권자의 표는 집약될 수 있는가?’이었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인의 집약된 투표권 행사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노인유권자의 표를 결집시킬 조직이 필요하다. 만약 그런 목적을 위한 조직을 만들려면 그동안 생겨났다가 사라진 많은 노인단체가 보여준 전철을 피해야 할 것이다. 즉, 그동안 명멸했던 많은 노인단체는 ① 조직의 미션과 비전이 분명치 않았고, ② 리더의 순수한 헌신과 책임감이 부족하였고, ③ 스태프가 충성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지 못했고, ④ 관련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고, ⑤ 특히 베이비부머라고 불리는 중장년층을 리더와 회원으로 영입할 수 있는 유연성이 없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노인유권자의 표를 결집할 목적으로 어떤 조직이 새로 출범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또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그것보다는 오랫동안 노인복지서비스를 제공하던 어떤 단체가 그 활동영역을 확대하면서 자연스럽게 노인유권자 단체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 4000만 명의 회원 수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민간단체인 미국은퇴자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Retired Persons)가 미국 노인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다음 3가지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첫째, AARP는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노인들의 자부심과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받는 노인’이 아니라 ‘주는 노인’을 부각시키면서 노인자원봉사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봉사를 받지 말고, 봉사하자! (To serve, not be served!)’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전국 방방곡곡의 자원봉사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활동을 격려한다.

둘째, 노인을 동원하여 노인의 세(勢)를 과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회원노인의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노인의 필요에 맞추어 소득공제회, 건강서비스, 여행서비스, 상품할인 등 다양한 것을 포함하고 있다. AARP는 대단히 영향력 있는 노인유권자 단체이면서 또한 동시에 다양한 영역의 복지서비스 기관인 것이다.

셋째, 은퇴자 혹은 노인에게만 회원 자격이 주어지는 게 아니다. 50세 이상, 그리고 배우자는 50세 미만도 회원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은퇴자는 물론 은퇴예정자까지 회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연회비(16달러)에 비해 회원 혜택이 훨씬 크기 때문에 누구나 즐겁게 회비를 낸다. 이 단체는 자연스럽게 세대간 유대를 강화하며 노인차별(ageism)을 없애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아직 노인유권자의 표를 집약시킬 단체가 없는 상황에서 노인유권자는 후보의 전력을 자세히 보면서 헌신적이고 양심적인 사람을 뽑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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