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의 生테크
노년기의 生테크
  • 김용민
  • 승인 2008.03.28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면 미래사회를 이끌 주인으로 여긴다. 그래서 이들의 건강과 교육을 중요시하고 있다. 또 젊은 청년들의 경우 대한민국의 인적자산으로 가치를 부여하고 이들의 지식과 능력을 중요시한다.

 

청년들로부터 희망을 보며, 앞으로 살아가면서 다가올 많은 기회들이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갖는다. 그래서 청년의 삶은 멋있고 희망차고 아름답게 여겨진다.


  이에 반해 노인의 삶은 어떠한가? 노인에게서 미래의 희망을 찾거나 큰 기대를 거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저 늙어가는 과정에 있고 지금보다 더 노화할 것이므로 현재가 최상이고 내일은 더 늙은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존재가치를 높이 인정받지 못하고 그저 짐으로 여겨질 뿐이다. 심한 경우 노인은 생산적이지 못하고, 돈만 드는 존재라고 생각해 ‘사회문제’로 확대시키기도 한다.


노인의 인생에 대한 가치절하는 비단 사회뿐만 아니라 노인 자신에게도 존재한다. ‘오래 살아서 무엇하나’ ‘이제 배워서 무엇하나’ ‘늙어서 창피하게 무엇을 해’ ‘내가 있으면 피해만 주는데 거길 왜 가’라는 등의 말을 습관처럼 하는 어르신들을 자주 접한다. 이 같은 어르신들은 ‘시간은 많은데 돈이나 할 일은 없다’고 자포자기해 결국 건강도 잃고 자신감마저 상실해 의미 없는 세월을 흘려보내기 쉽다.


인생은 소년기, 청년기, 노년기를 망라해 살아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인생은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것이기에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내가 갖고 있는 시간에 대해 얼마나 귀하게 생각하느냐가 관리의 출발점이다.


흔히들 청년과 노인의 인생 가치에 차이를 둔다. 청년은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기 때문에 희망차고 그래서 가치가 있고, 노인은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가치도 적다고 생각한다. 살 날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인생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청년기를 보람과 희망 없이 시행착오만 거듭하며 오직 경쟁과 이기심으로 산다면 아무리 많은 세월이 있어도 의미가 떨어진다. 반대로 노인이라도 많지 않은 세월을 소중히 여기고 보람을 찾고 희망을 가지며, 뭔가를 열심히 하면서 인생을 관리한다면 그 삶이 더욱 가치 있고 행복한 인생이 될 것이다.


재산을 관리하는 기술, ‘재테크’가 있듯 인생을 관리하는 ‘생테크’가 있다.
재테크는 가진 것을 방치하지 않고 잘 활용해서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 가치 있는 대상에 투자해야 재산 증식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생테크’는 주어진 인생을 가꾸는 기술이다. 어떤 목표를 향하고, 무엇이 되고자 하고, 무엇을 중시하고, 어떤 행복을 추구하는지…. 이를 위해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이 생테크 관리기술이다. 청장년기에는 재테크가 중요하하지만 노년기는 생테크가 더욱 중요다. 이에 따라 노년기 인생의 가치가 달라진다. 재테크는 미래를 위한 투자과정일 뿐 그 자체가 행복은 아니다.


생테크 방법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싶다. 건강 찾기, 권리 찾기, 역할 찾기, 보람 찾기, 행복 찾기다.


건강 찾기는 노년기 생테크의 핵심요소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비롯해 무엇을 배우고, 각종 취미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모든 활동들이 노년기에는 가장 생산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둘째, 권리 찾기다. 어르신들은 노화에 대해 모든 것을 상실하는 과정으로 이해해 자신감을 잃고 주어진 권리까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살아 있는 한 남녀노소 누구든 가치를 비교할 수 없는 중요한 존재이므로 사회구성원으로서 가족과 사회, 국가에서 가질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찾고 누려야 한다.


셋째, 역할 찾기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가정과 사회에서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과정이다. 존재가치는 나만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인정해 줄 때 진정한 것이다. 역할의 질과 양을 따질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가질 때 사회구성원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가지며 생의 의미가 부여된다.


넷째, 보람 찾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생을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간다. 노년기는 남과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살 수 있는 시기다.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 재산 등을 자원봉사 등의 방법으로 이웃과 나눈다면 사회적 역할과 보람을 찾을 수 있다. 내가 가진 신체적, 지적, 정서적 기능을 활용해 이웃에게 도움을 준다면 그것이 곧 보람이요,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지며 노인이 존경 받는 사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복 찾기다. 일반적으로 행복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찾으려 한다. 특히 생과 사의 이별을 많이 겪게 되는 노인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자신과의 관계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노년기에는 생명에 대한 애착과 함께 죽음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생의 주기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로 대처할 때 자신감과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행복 찾기는 천국 소망을 가질 수 있는 종교로도 많은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내일 어떤 일이 와도 지금 갖고 있는 능력을 감사하며 인생을 관리해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노년기의 생테크는 빨리 시작할수록 좋은, 누구나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생의 기술이며 생활이다.

 

서경석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서초노인종합복지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