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배우려 않기 때문에 머리가 둔해진다
나이 들어 배우려 않기 때문에 머리가 둔해진다
  • 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8.06.08 14:35
  • 호수 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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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죽을 때까지 계속 발전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져

배우려고 계속 노력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것 습득 가능

중년을 지나 나이 들면서 배우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나이 들면 머리가 둔해져 배우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말이 맞는 말처럼 생각된다. 서양에도 “늙은 개에게 새로운 재주를 가르칠 수 없다”는 속담이 있는 것을 보면 동서양 큰 차이 없이 나이 들면 배우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것에 공감하는 것 같다.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100세까지 생존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는 고령화사회에서 더 오래 건강하고 보람 있게 살기 위해서 계속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고령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말하고 있다. 배우는 것은 단지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공식적으로 공부하는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비공식적 교육과 훈련, 각종 실습, 독학, 체험, 운동, 모방 등을 모두 포함하는 폭 넓은 말이다. 다른 말로는 학습이라고 한다. 

배우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신체 구조는 뇌(腦; brain)이다. 사람들이 뇌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고정관념 때문에 나이 들면 배우는 것이 어렵다고 핑계를 대기 일쑤다. 일반인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생물학자, 의학자, 심지어 뇌를 연구하는 많은 과학자들까지도 뇌는 변하지 않는다고 믿어 왔기 때문에 나이 들어 배우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핑계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맞는 말처럼 인정되어 왔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뇌는 대체로 5~6세 정도까지 그 구조와 기능이 확정되어 그 이후는 변하지 않는다고 믿어 왔다. 즉 뇌를 컴퓨터에 비유하여 뇌의 구조는 컴퓨터의 하드웨어(기계)처럼 시간이 지나면 낡아지고 퇴화되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따라서 퇴화하는 기계와 같은 뇌의 성능을 정신적 활동이나 운동으로 쇠퇴를 막으려는 노력은 의미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1960년대 후반부터 뇌를 연구하는 일부 학자들에 의해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후 상당한 연구가 진행되어 뇌의 구조와 기능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 변화되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생각과 학습과 행동이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배우려고 노력하면 뇌의 구조와 기능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에서 하나의 기능이 상실되거나 약해지면 다른 부분이 그것을 대신 해주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뇌의 구조와 기능의 변화와 발전 현상을 가리켜 전문 용어로는 뇌의 가소성(plasticity)이라 한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확신을 굳힐 수 있는 다양한 연구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뇌 손상으로 도저히 회복이나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기능들이 회복되거나 발전되는 놀라운 사실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화하기 때문에 배우는 일에 계속 노력하면 충분히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크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배우려고 계속 노력하면 학습기능이 약해지가나 거의 정지된 상태에서라도 큰 진전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뇌 속에 있는 학습기능을 주관하는 신경세포가 새롭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배우려 노력하지 않으면 뇌가 빨리 퇴화한다. 다시 말해서 뇌를 사용하지 않으면 뇌는 그 기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나이 60, 70 아니 80을 넘어서 새로운 것을 창작하거나 새로운 언어를 배워서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을 종종 보고 듣는다. 이런 일은 이들이 특별히 머리가 좋기 때문이 아니라 배우려 끊임없이 노력하여 이루어 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버드 대학교 베일런트(Vaillant) 교수는 하버드대학 2학년생 268명을 20대부터 80대가 될 때까지 70여년간 추적 조사해 분석한 결과 80대 졸업생 중 거의 90%는 20대 때 뇌의 능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오래된 뇌는 관리 잘 한 오래된 자동차와 같다는 것이다. 뇌를 잘 관리하였다는 것은 계속 배우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나이 많다고 배우는 일을 게을리 하면 뇌가 점점 퇴화되어 치매에 일찍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므로 나이 들면 머리가 둔해져 배울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니라 배우려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머리가 둔해진다. 다시 말해서 ‘늙은 개에게도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 들면 머리가 둔해져 배우기 어렵다는 말은 이제 핑계에 불과하다. 나이 들어서 배우는 데 시간은 좀 더 걸릴 수 있지만 배우려 노력하면 누구나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 배우는 노력을 포기한다면 건강도 나빠지고 100세까지의 생존 가능성도 줄어들고 연장된 생명도 무의미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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