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칸의 제국, 몽골’ 전, 흉노부터 원까지… 몽골 초원 흥망의 역사 한눈에
국립중앙박물관 ‘칸의 제국, 몽골’ 전, 흉노부터 원까지… 몽골 초원 흥망의 역사 한눈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6.08 14:55
  • 호수 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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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노, 돌궐, 위구르 등 몽골 초원을 지배했던 국가들의 흥망성쇠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는 몽골의 국보급 유물 90여점이 소개된다. 사진은 전시에 소개된 문화재들.
흉노, 돌궐, 위구르 등 몽골 초원을 지배했던 국가들의 흥망성쇠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는 몽골의 국보급 유물 90여점이 소개된다. 사진은 전시에 소개된 문화재들.

북방 유목민들이 남긴 무기‧장신구 등 선봬… 90점이 몽골 국가문화재

유럽과의 교류 흔적 ‘그리스 신 새겨진 은제장식’, ‘몽어노걸대’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흉노, 돌궐, 위구르, 거란, 그리고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제국(帝國)이자 동서양 교류의 새로운 장을 연 원나라까지. 북방의 드넓은 몽골 초원에서 역사적 흥망을 거듭한 나라들이다. 우리나라 역사에도 등장하지만 중국의 영향으로 ‘북방의 오랑캐’ 등으로 불리며 저평가 받았다. 이로 인해 한때 세계를 호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유목민족이라는 것 외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몽골 초원을 지배한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 나아가 유목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7월 17일까지 진행되는 ‘칸의 제국, 몽골’ 전에서는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몽골 국가들의 역사·문화를 돌아볼 수 있는 문화재 500여점을 선보인다. 출품 유물 중 16건 90점이 몽골의 국가지정 문화재일 정도로 내실있게 꾸며졌다.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된다. 1부 ‘제국의 여명: 선사시대 몽골’에서는 여러 동물 형상이 표현된 청동기 유물 등 구석기시대, 중석기시대, 신석기 시대 유물들을 선보인다. 

선사시대 유물로는 75~80만년 전 구석기·신석기인들의 손때가 묻은 석기들, 기원전 1000년경에 널리 사용된 청동기와 이후 철기시대의 다양한 무기류·생활과 의식 용품·장신구류 등을 볼 수 있다.

이중 청동기·철기시대 유물들이 인상적이다. 산양 2마리를 장식한 ‘산양모양 칼자루 끝 장식’(기원전 7~3세기 추정)이 대표적인데, 동물을 새긴 장식 칼자루는 당시 유목민들 사이에 널리 유행했다. 유목민 특성을 드러내듯 동물 문양은 토기에도 많이 나타난다.

선사시대 이후 몽골에는 잇달아 고대 유목국가들이 세워진다. 흉노가 기원전 3세기 경 첫 국가를 세워 기원후 1세기까지 유지됐으며, 이후 선비(2~4세기), 유연(5~6세기), 돌궐(투르크·6~8세기), 위구르(8~9세기), 거란(10~12세기)이 등장한다. 특히 흉노와 돌궐은 중국과 맞설만큼 강력했으며, 선비나 유연 등도 중국 문명에 큰 영향을 끼쳤다.

2부 ‘고대 유목 제국: 흉노와 돌궐’에서는 이 시기 국가들을 조명한다. 마차 장식, 은제 장신구, 호쇼 차이담 제사 유적에서 나온 돌궐 금관, 서아시아 흉노족이 사용한 직물, 그리스 로마 시대에 제작된 장식품 등을 소개한다.

흉노제국 관련 유물로는 ‘해와 달 모양의 금제 목관장식’(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이 눈길을 끈다. 지배자 무덤 목관에서 나온 유물은 무덤 주인이 저승에 잘 이르기를 기원하는 장례의례품, 또는 흉노제국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흉노제국의 상징으로 보는 근거는 중국 사마천의 ‘사기’에 ‘선우(흉노 최고 지도자)는 매일 아침 해를 보고 절하고 저녁에는 달을 보고 절했다’는 기록 때문이다.

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경 제작된 걸로 보이는 ‘그리스 신이 새겨진 은제장식’과 ‘인물을 수놓은 직물’은 서역과의 활발한 교역을 보여준다. 그리스 여신이 새겨진 은제장식물은 그리스 헬레니즘미술의 특성이 엿보여 수입품으로 추정된다. 인물들을 색실로 수놓은 직물은 2000년 넘게 보존돼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자수품인 이 직물의 원산지는 시리아, 팔레스타인 지역이다. 이밖에 말과 관련한 각종 유물과 마차 부속품, 금동·청동·옥·칠기류 유물도 나와 흉노의 다양한 문화를 알 수 있다.

돌궐은 금·은 유물, 돌궐문자로 그 역사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카간(돌궐의 최고 지도자)의 금관’(8세기)은 빌게 카간(재위 716~734)을 기리는 제사유적에서 1000여점의 유물과 함께 발굴됐다. 하늘을 숭배한 돌궐인들은 카간과 귀족들을 ‘하늘의 아들’로 여겼고, 그들이 죽으면 제단을 만들고 문자를 새긴 비석을 세웠다. 금관은 정면에 금실을 문 작은 새가 장식됐는데, 이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새와 같이 날아다닌다는 돌궐인들의 믿음을 표현한 것이다. 

전시의 마지막인 ‘몽골 제국과 칭기스칸의 후예들’에서는 현재도 발굴 조사가 진행 중인 몽골의 불교 사원 발굴 현장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전시한다. 칭기스칸이 초원을 통일해 1206년 세운 몽골제국은 세계사상 최대 제국이었다. 동으로는 한반도, 서로는 지금의 비엔나, 남으로는 서북인도, 북으로는 시베리아까지 영향을 미쳤다.

쿠빌라이(세조)가 원(元)나라로 국호를 변경(1271년)한 제국은 아시아와 유럽을 장악하며 세계사를 장식했다. 전시장에는 당시 말 안장을 비롯해 칼과 활 같은 각종 무기류, 금·은 장식품이 나와 있다. 또 고려시대에 영향을 끼친 불상 등 불교 유물들도 선보인다.

전시장 끝에는 김해 대성동 고분에서 나온 가야시대 ‘청동솥’, 고려시대의 ‘순천 송광사 티베트문 법지’(보물 1376호)과 ‘금동관음보살좌상’(보물 1872호), 조선시대 몽골어 학습서인 ‘몽어노걸대’ 등 우리나라 고대국가와의 관련성을 볼 수 있다.

또한 박물관 열린마당에는 몽골 전통가옥인 게르가 설치돼 몽골인들의 의식주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고 전시와 연계한 강연회와 설명회 등 즐길거리도 다양하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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