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수술보다 더 안전한 로봇수술
일반 수술보다 더 안전한 로봇수술
  • 김선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 승인 2018.06.15 11:33
  • 호수 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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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 [66]

1980년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의료용 로봇수술 개발이 진행 중이었다. 로봇수술이란 수술용 로봇이 수술과정 전체 또는 일부분에 사용되는 수술법으로, 환자의 몸에 3~5개의 구멍을 낸 후 그곳으로 로봇용 카메라와 로봇 팔을 넣는다. 로봇용 카메라를 통해 10~15배 확대된 3차원 영상을 보면서 수술집도의가 로봇 팔을 원격조종하며 수술이 이루어진다. 
처음 로봇수술이 도입된 것은 1985년경이었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복강경 수술경험을 통한 노하우와 의료용 로봇기술이 통합돼 새로운 수술용 로봇이 탄생했다. 그것이 바로 현재 로봇수술의 대명사로 알려진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의 다빈치 로봇이다. 

로봇수술은 3차원 고화질 영상이 주는 장점 이외에도 로봇 팔을 사용하기 때문에 손 떨림이 없어 정교함이 필요한 수술에 효과적이다. 또한 로봇 팔은 사람 손의 손목관절보다 운동범위가 넓기 때문에 사람 손이 들어가기 힘든 좁은 공간에서도 수술할 수 있어 기존의 복강경이나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보다 정확하고 정교하다. 
로봇수술은 신체의 여러 부위에 다양하게 적용되는데, 모든 영역을 통틀어 로봇수술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분야는 전립선암 수술이다. 전립선은 아랫배 속 깊숙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전립선 주위를 지나는 신경들이 많아 수술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로봇용 카메라를 통해 10~15배 이상 확대된 3차원 영상을 보며 수술을 집도하면 주변 신경들까지 자세히 볼 수 있어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직장암 수술 역시 전립선암 수술처럼 로봇으로 수술했을 때 장점이 더 많다. 아주 깊숙한 하부 직장부위까지 잘라내고 항문을 보존하는 수술을 할 때, 로봇으로 수술하면 쉽게 진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장 주위의 자율신경을 효과적으로 보존할 수 있어 수술 후유증도 적다. 
심장수술에서도 전통적인 수술법은 가슴 정중앙에 길게 피부를 절개하고 뼈를 잘라내야 하는데, 다빈치 수술로봇을 이용하면 오른쪽 가슴에 작은 피부만을 절개하고 로봇 팔을 집어넣어 심장수술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수술 후 통증이 적고, 빨리 회복되며 절개상처로 인한 감염이 적다. 

그 밖에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갑상선 영역에서도 로봇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목 부위에 수술 상처를 내지 않고도 기존의 절개 수술법처럼 안전하게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 때문에 젊은 여성 환자를 포함해 삶의 질을 중시하는 환자들에게 로봇 갑상선 수술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때 로봇수술의 안전성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해 보건복지부가 로봇수술의 안전성 검증에 나섰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모든 로봇수술에 대해 실태조사를 시행했는데, 그 결과 로봇수술의 사망률은 0.09%로 일반적인 개복수술과 복강경 수술에 비해 위험성이 매우 낮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로봇수술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기존의 수술법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는 의료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의‧공학 연구자들이 비용 대비 효율성이 우수한 로봇을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 국내 로봇수술이 수술의 안전성 논란이나 고비용 문제로 성장이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국내 많은 의사들은 로봇 수술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환자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비록 수술은 로봇이 하지만 수술용 로봇을 만든 것도, 로봇 팔을 움직이는 것도 사람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로봇수술 수준은 이미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로봇을, 그리고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를 믿고 수술을 받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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