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진료정보 교류’ 확대 추진…“의료비 절감 효과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
복지부 ‘진료정보 교류’ 확대 추진…“의료비 절감 효과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6.15 13:34
  • 호수 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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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옮길 때 똑같은 검사 하지 않아도 되는 등 환자의 불편도 줄어

일부 의료진 “타 병원서 노후 장비로 찍은 MRI 등 믿을 수 있겠나”

[백세시대=이영주기자]

평소 고혈압을 앓던 한 어르신은 서울을 떠나 공기 좋은 고향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 간 지역 병원에서 새로 검진을 받아야 하는 것이 걱정됐는데, 서울에서의 병원 기록이 지역 병원에 그대로 옮겨져 있어 빠른 처방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사례는 보건복지부가 제작한 진료정보 교류사업 홍보 동영상에 담긴 내용이다. 진료정보 교류사업이란 의료기관 간 환자의 진료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진료기록요약지, 영상의학판독소견서, 진료의뢰서 등이 공유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병원끼리 진료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환자가 병원을 옮기더라도 환자의 과거 약물 알러지 등을 확인하지 못해 발생하는 약물사고 등 오진을 예방하고, 병원을 옮길 때마다 환자가 일일이 종이나 CD로 진료기록을 발급받아 제출했던 불편함 등을 해소할 수 있다.

모든 병원에서 가능한 일은 아니다. 현재는 참여 의사를 밝힌 병원끼리만 진료정보 교류가 가능하고, 병원에서는 정보교류에 동의한 환자에 한해 타 병원에서의 진료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복지부는 이 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이 2017년 1322개였으나, 2022년까지 보건소, 주요 거점의료기관 등을 포함해 모든 지역으로 확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여러 장점을 앞세워 진료정보 교류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부 의료진은 타 병원의 진단을 과연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환자는 진료정보의 공유가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내비친다. 

◇진료정보 교류의 필요성

예전부터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한 진료정보 교류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장점이 많아서다. 환자는 불편함을 해소함은 물론이고, 새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겪어야 하는 복잡한 행정절차와 검사가 생략되면서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의료기관 또한 행정 업무가 줄면서 운영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박영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 연구조정실 부연구위원은 지난 6월 8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보건행정학회 학술대회에서 “진료정보 교류는 확실히 진료비 절감과 관계가 있다”며 분당서울대병원의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1년 5개월 동안 진료정보를 공유한 환자와 공유하지 않은 환자의 진료비를 비교한 결과, 정보공유 환자의 진료비가 비공유 환자의 진료비보다 평균 13% 낮았다. 

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진료정보 교류 수준은 5% 정도로 굉장히 낮고 그래서 환자가 많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병원 간의 진료정보 교류가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진료정보 교류 서비스를 이용한 분당서울대병원 의사의 상당수는 검사와 진단 등에 있어 환자의 타 병원 진료기록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으며, 진료정보 교류에 대한 환자만족도 또한 85.9%로 높았다는 것이다. 

◇진료정보 교류의 문제점 

그동안 진료정보 교류가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는 관련 제도의 미흡, 병원의 시스템 구축 미비, 의료기관의 참여를 유도할 유인책 부족 등과 관련이 있다. 

CT와 MRI 등 노후된 영상 장비의 사용도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어떤 병원에서 노후된 영상 장비를 이용해 촬영한 경우, 해당 자료를 다른 병원으로 전송했어도 영상 자료의 해상도가 크게 떨어지면 의료진이 정확한 판독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환자는 재촬영을 요구받을 수 있다. 진료정보 교류가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진단의 신뢰성 문제도 제기된다. 김윤재 가천대학교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보건행정학회 전기학술대회 토론회에서 “영상검사가 객관적이라 생각하지만 의사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질 수 있고, 내시경 검사의 경우도 주관적 입장이 많다”며 “(진료정보 교류는) 다른 병원의 진단을 믿을 수 있느냐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이 크게 우려된다. 지난해 심평원이 의료정보 데이터 52건을 1건당 30만원을 받고 민간 보험사 8곳과 민간 보험연구기관 2곳에 넘긴 사건이 있었는데, 해당 데이터에 환자 개인의 진료기록, 건강검진, 처방조제내역, 투약이력 등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은영 환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토론회에서 “진료정보 교류가 활성화되면 환자의 안전 부분에 있어서도 플러스 효과가 있을 것 같다”며 그 필요성과 활성화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개인정보 보호도 같이 추진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피력했다. 

박영택 심평원 연구위원은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에 동의하며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없이 진료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 생각한다. 정책을 만들 때 환자 안전에 미치는 요인도 반드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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