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 흐리거나 찌그러져 보이면 ‘황반변성’ 의심
사물이 흐리거나 찌그러져 보이면 ‘황반변성’ 의심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6.15 13:49
  • 호수 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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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반변성의 증상과 치료

망막의 노화와 관련 깊어… 항체주사 치료 꾸준히 받으면 호전

녹황색 채소, 등 푸른 생선 섭취를… 치료와 함께 반드시 금연해야

[백세시대=이영주기자]

박연자(70대‧가명) 어르신은 며칠 전부터 갑자기 사물들이 찌그러져 보였다. 증상이 계속되자 안과를 찾은 박 어르신은 황반변성이 발병해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황반은 안구의 안쪽을 덮고 있는 얇고 투명한 신경조직인 망막의 중심부에서 약 1.5mm 정도 들어간 부위로, 운전‧독서 등과 같은 정밀한 시력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황반’에 변성이 생기면 한쪽 눈을 교대로 가리고 보았을 때 중심부가 흐리게 보이거나 안 보이는 부분이 있거나 직선 같은 것이 굽어져 보이는데, 이를 황반변성이라 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망막의 노화와 연관이 깊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황반변성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3년 9만9305명에서 2017년 16만4818명으로 4년 사이 약 66%나 증가했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 환자는 10명 중 7명으로 나타났다. 

김형찬 건국대학교병원 안과 교수는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의 탄력성이 떨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두께 조절 기능이 떨어져 가까운 것을 볼 때 돋보기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망막에서도 노화에 의해 황반의 세포와 혈관 기능이 떨어지면 망막에서 나오는 노폐물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되고, 망막 아래에 이런 물질들이 쌓이게 되면서 신생혈관이 생기는 등 변화가 생기게 된다”고 황반변성을 설명했다. 

황반변성은 뚜렷한 이상을 못 느끼다가 서서히 시력을 잃고, 심한 경우 실명에 이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노인성 황반변성이 시작되는 50세 이후에는 본인의 시력이나 시야에 문제는 없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황반변성의 증상

황반변성 초기에는 뚜렷한 이상을 찾기 어렵다. 그러다 병이 진행되면 사물의 형태를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부엌과 욕실의 타일, 건물 등의 선이 물결치듯 굽어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 바둑판 모양의 직선이 그려져 있는 ‘암슬러 격자’를 이용한 자가진단으로 황반변성 여부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병이 더 악화되면 사물의 중심이 까맣게 보이거나 책 또는 신문을 읽을 때 글자에 공백이 생긴다. 잘 보이지 않는다고 백내장 또는 녹내장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백내장은 시야 전체가 흐려 보이는 것이고, 녹내장은 주변 시야부터 안보이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다. 반면 황반변성은 주변 시야는 괜찮고 중심부가 흐리고 찌그러져 보인다는 차이가 있다.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과 습성(혈액 성분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삼출성’이라고도 함)으로 나뉜다. 전체 황반변성의 80~90%를 차지하는 ‘건성 황반변성’의 경우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고 진행이 느리며 심각한 시력 상실을 유발하지 않는다. 반면 ‘습성 황반변성’은 시력 저하가 매우 급격히 진행되며,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면 수개월 내에 실명에 이를 수 있다. 

◇황반변성의 치료

건성 황반변성은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 다만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단되면 보통 항체주사 치료가 진행된다. 3개월 동안 매달 주사를 맞고 이후 매달 경과를 관찰하면서 그 반응에 따라 추가적인 치료가 이뤄진다. 항체주사 치료는 습성 황반변성 환자의 시력을 유지시키는 것은 물론 시력 호전도 가능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반복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다. 

김형찬 교수는 “항체주사 치료를 받은 환자의 95%가 더 이상 시력이 나빠지지 않고, 40%에서는 시력이 개선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습성 황반변성 치료 성적이 과거와 비할 수 없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완벽한 치료제는 없다. 앞으로 더 완벽한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는 항체주사 치료를 꾸준히 적절하게 사용해 병을 조절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흡연자의 경우 담배부터 끊어야 한다. 흡연은 노화 다음으로 황반변성 발병의 큰 위험 요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야외 활동을 할 때에는 창이 넓은 모자나 선글라스를 착용해 자외선이나 청색광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식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식습관은 지방섭취를 줄이고 항산화 비타민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 견과류 등을 많이 섭취하며 황반색소(루테인, 제아잔틴)가 풍부한 야채와 과일 및 오메가-3가 풍부한 등푸른 생선, 올리브 기름 등을 먹는 것이 좋다. 항산화제나 루테인 등의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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