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실버뮤지컬’ 오디션…72세 어르신 ‘사랑으로’ 열창에 무대 후끈
서울 성동구 ‘실버뮤지컬’ 오디션…72세 어르신 ‘사랑으로’ 열창에 무대 후끈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6.22 10:47
  • 호수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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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1 경쟁 통해 끼 넘치는 16명 선발
춤·노래·연기 등 삼박자를 갖춰야 할 수 있는 뮤지컬에 도전하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18일 서울 성동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오디션에 참가해 합격한 김순례 어르신이 열창하는 모습.
춤·노래·연기 등 삼박자를 갖춰야 할 수 있는 뮤지컬에 도전하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18일 서울 성동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오디션에 참가해 합격한 김순례 어르신이 열창하는 모습.

‘백마강’ 부르다 음정 흔들려 탈락한 팔순 어르신 “내년 다시 도전”

합격자들 강도 높은 훈련 거쳐 7월 10일 소월아트홀 무대 올라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지난 6월 18일 서울 성동구청 3층 대강당에서는 뮤지컬 오디션이 열렸다. 한 참가자가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감동적으로 부르자 경쟁도 잠시 잊은 채 참가자들이 하나가 돼 노래를 불렀다. 30여명의 열띤 오디션 결과 최종 16명이 뮤지컬 출연의 영광을 얻었다. 객석에 큰 감동을 선사한 김순례(72) 어르신을 포함한 합격자의 평균 연령은 놀랍게도 65세였다. 합격자와 탈락자 모두 성동구청이 중앙기획과 손잡고 주최한 실버뮤지컬 오디션에 참석해 노익장을 과시한 것이다. 김순례 어르신은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싶은 오랜 꿈을 실현하게 됐다”면서 “7월 10일 공연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공연계의 종합선물세트로 불리는 뮤지컬에 도전하는 어르신들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2009년 서울 중구가 실버뮤지컬단을 만든 이후 경기 용인시니어뮤지컬단 등 전국 곳곳에서 노인을 내세운 뮤지컬단이 결성되면서 아마추어 노인 뮤지컬 배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동구는 최근 유행하는 오디션이란 방식을 통해 출연 배우를 선발해 주목받고 있다. 성동구는 2016년 작품명 ‘59년 왕십리’를 시작으로 매년 공개오디션을 통해 아마추어 어르신을 선발해 뮤지컬 공연을 선보여 호평받고 있다. 지난해 소월아트홀에서 선보인 ‘타향살이’ 공연은 420석을 매진시키며 지역주민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래서인지 올해 오디션은 유독 경쟁이 치열했다. 노인 대상 오디션 중 상당수가 인원수 부족으로 지원자 대부분 합격하는 것과 달리 경쟁률이 4대1을 넘어섰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이로 인해 예선은 1, 2차로 나눠 치러야 했다. 

18일 진행된 본선에서도 뜨거운 경쟁이 펼쳐졌다. 합격자가 다음날 발표됨에도 불구하고 오디션을 마친 참가자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경쟁자들의 무대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특히 허민의 ‘백마강’을 부른 민경원(80) 어르신의 무대는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첫 오디션이 떨리는지 양손으로 마이크를 움켜쥔 민 어르신은 노래 초반 잠시 음정이 흔들리는 듯했지만 이내 실력을 발휘했고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비록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도전 자체만으로도 큰 박수를 받았다. 민 어르신은 “올해에는 아쉽게 떨어졌지만 내년에 또다시 도전해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겠다”고 말했다.  

최종 합격자 16명은 3주간의 연습 과정을 거쳐 7월 10일 오후 5시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 펼쳐지는 ‘세월 따라 노래 따라’ 공연에 참가하게 된다. 총 4부로 구성된 작품은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과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고국을 떠나야만 했던 시절부터 한국전쟁으로 인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거쳐 세계를 놀라게 한 ‘한강의 기적’과 88올림픽까지, 대한민국 경제부흥의 최전선에 섰던 노인세대의 희노애락을 담고 있다. 또 당시의 감동을 전하기 위해 ‘목포의 눈물’, ‘빈대떡 신사’ 등 시대를 대표한 16곡을 선정했고 오디션을 통과한 어르신들이 각자 한곡을 담당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사실 단기간에 어르신들이 뮤지컬에 도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공연을 주관하는 중앙기획은 뮤지컬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어르신들의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시대를 대표하는 영상을 상영하고 어르신들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객석에 전달하며 노래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공연을 꾸민다. 또 지역 실버무용단과 협업을 통해 부족한 춤 부분도 메꿔 공연의 완성도를 보완한다. 그렇다고 해서 설렁설렁 공연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합격자들은 매주 3차례 이상 전문 보컬트레이너와 함께 강도 높은 연습을 진행한다. 

또 공연이 끝난 후에는 성동구에 명예 뮤지컬 배우로 위촉돼 재능기부단으로 활동하며 꾸준히 무대에 나설 예정이다.    

배성호 기자, 사진=조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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