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준 노인지원재단 이사장 “어르신들 일하고 사회에 기여하면 4苦에서 벗어날 수 있어”
송인준 노인지원재단 이사장 “어르신들 일하고 사회에 기여하면 4苦에서 벗어날 수 있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6.22 13:18
  • 호수 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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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설립한 재단, 재능나눔·보이스피싱 예방교육 등 사업 다각화 

법무부 제1호 청소년 장학재단 설립 등 소외층 돌보다 노인회와 인연

[백세시대=오현주기자]

330억원의 보건복지부 예산이 투입되고 연인원 5만2000여명(2018년 기준)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가위탁사업인 노인재능나눔활동. 대한노인회 220여개 지회가 참여하는 이 사업을 주관하는 곳이 노인지원재단이다. 재단은 이밖에도 경로당활성화 사업, 보이스피싱 예방교육, 무료보청기·소외노인·실버그룹홈·경로당 북 카페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6년차에 들어선 송인준(74) 노인지원재단 이사장을 만나 이들 사업에 대한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최근에 재단은 노인지원재단 이사장배 전국한궁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노인사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전국 규모의 첫 한궁대회였다.

“한궁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데다 위험하지도 않아 노인에게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전국 지회 30개팀 500여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경기 후 이어진 무대 공연에서 어르신들이 앞으로 나와 춤추고 즐겁게 보낸 축제 한마당이었다.”

송인준 이사장이 6월 7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개최한 노인지원재단 이사장배 전국한궁대회에서 시투하고 있다.
송인준 이사장이 6월 7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개최한 노인지원재단 이사장배 전국한궁대회에서 시투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경로당에 한궁을 지원해주는 것으로 안다.

“노인들의 건강과 결속, 친선에 도움이 되는 이 대회를 잘 끌고 가면 사회적인 관심도 높아지고 대회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재능나눔활동사업은 어떤가.

“3월부터 9월 말까지 노인권익증진활동, 상담안내, 학습지도,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어르신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2014년 노인 3만여명의 참여로 출발한 노인재능나눔활동 사업은 이후 3만7000여명(2015년), 4만여명(2016년) 4만5000여명(2017년)으로 해가 갈수록 참여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 예산도 103억원(2014년)에서 올해는 330억원으로 늘었다. 

-재능나눔이 좋은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주변 노인들에게 재능을 나눠줘 그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자신도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성취감을 느끼고 일자리도 만들어지는 게 이 사업의 장점이자 취지이다. 정부(복지부)와 민간(재단과 대한노인회)이 하나가 돼 노인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보이스피싱 예방교육도 하고 있다고.

“나이 들면서 노인들이 지력과 판단력이 떨어져 피해를 많이 본다. 한국방송통신위원회가 노인들에게 예방 교육을 해드렸으면 좋겠다고 해 우리가 하겠다고 나섰다. 강사들이 해마다 2000여회에 걸쳐 전국의 경로당에서 교육을 한 덕에 피해사례가 대폭 줄었다.”

-또 다른 사업은.

“경로당활성화 사업이다. 이 심 전 대한노인회장이 ‘부양 받는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으로’라는 고령화 시대에 딱 맞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양한 사업들을 벌이면서 죽어 있던 6만5000여개 경로당을 살아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2012년 노인지원재단을 설립하고 전국의 경로당을 대상으로 2000원씩 기금을 모아 45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노노케어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경로당 주변 환경에 손을 댔다. 부엌과 화장실 주변을 청소했고 고스톱, 동전치기를 하던 경로당에서 컴퓨터, 건강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경로당을 책 읽는 북 카페로 만들어 1·3세대가 함께 하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기도 했다. 경로당에 살아 있는 에너지를 모으고 그 에너지로 봉사하게 만들었다.  

송 이사장은 “재단 기금을 떼먹는 게 아니냐는 일부 목소리에 기금을 완납한 지회를 우선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통해 800만~1000만원을 지원해주었다”며 “지회는 그 돈으로 주위에 독거노인, 병든 노인이 있는지 확인하고 점검해 사회단체, 복지단체에 알려 쌀을 지원해주거나 병원에 보내주는 일들을 했다”고 말했다.

노인지원재단은 독거노인을 위한 실버그룹 홈을 추진 중이다. 폐가나 경로당을 개보수해 8~10명의 홀몸 어르신들이 함께 숙식하는 등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공간을 만들어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향후 재단의 로드맵은.

“재단이 설립 후 뿌리를 잘 내렸고 이제는 도약 단계로 들어섰다. 앞으로 ‘국민모금’을 통한 재원 확보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고 한다.” 

-노인 인구 1000만 시대다. 

“2026년이면 1000만 노인이 된다. 100세까지 산다는 장밋빛 환상이 현실이 되려면 초고령 쇼크에 대비해야 한다. 노인이 4苦(빈고·병고·고독고·무위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100세 시대는 재앙이다. 그런데 말들은 그렇게 하지만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행동 방안이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노인이 일하게 만들어주고 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도 없다고 난리인데.

“청년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고 틈새시장을 발굴해야 한다. 이른바 실버인턴십 제도이다. 노인들은 일자리에 목말라하고 있다. 청년 월급의 3분의 1, 5분의 1을 준다고 해도 일을 달라고 할 것이다. 재단이 노인회와 손잡고 노인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려고 한다.”

송 이사장은 노인 일자리로 약품·물류 정리, 복권 판매, 식당 서비스 등 일본에서 발달한 파트타임을 예로 들었다. 송 이사장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비비큐 회장(윤홍근)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배달 일을 하게 해주자’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송인준 이사장은 서울대 법대, 서울대 사법대학원을 수료했다. 제1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0여년 검사 생활을 했다. 2000~2006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냈다. 현재 모바일 시대를 열어가는 종합 일간지 ‘아시아투데이’ 회장으로 있다. 시인으로 ‘바람과 나무’ ‘바람길’ 등 시집도 출간했다.

-노인회와 인연은.

“1993년 북구지청장 시절 소년소녀가장을 도왔다. 자리를 옮기고 나면 흐지부지 될까봐 청소년선도위원을 중심으로 법무부 제1호 장학재단을 만들었다. 이후 대구, 창원 등 가는 곳마다 장학재단을 만들어 그들을 도왔다. 장학금 받으러 나오라 하면 자존심이 상할까봐 온라인으로 전달하는 등 신경을 썼다. ‘아시아투데이’가 언론 본연의 일과 함께 노약자,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등 소외계층을 돕는 일을 많이 한다. 그런 인연이 노인회와 닿았다.”

-헌법재판관을 역임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 판결부터 수도이전 위헌 판결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크고 중요한 사건에 관여했다. 일도 많이 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비롯해 국가편의, 행정편의로 만들어진 것들, 인권 침해 요소들을 무효화 시켰다.”

-시인이기도 하다. 노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교 시절부터 시를 써왔다. 대학 때는 시 원고료로 막걸리를 사먹기도 했다. 시를 쓰는 동안엔 마음이 평정 된다. ‘나력’(裸力)이란 말이 있다. 벌거벗은 힘, 잎사귀를 모두 떨군 채 매서운 겨울바람을 견뎌내는 겨울산의 나무 등걸에서 느껴지는 결연함, 단단함이라고 할까. 나이를 먹으면 허세·과장·교만을 버리고 겨울산의 나목처럼 살아야 한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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