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 자극적인 편집은 이제 그만
예능프로 자극적인 편집은 이제 그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6.22 14:41
  • 호수 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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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엄용수가 여성과 장애인을 비하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KBS ‘아침마당’에 6월 14일 출연한 그는 “고추 축제하면 고추로 (출연료를) 받고, 딸기 축제를 하면 딸기로 받고, 굴비 아가씨 축제를 하면 아가씨로 받는다”고 말했다. 농담이긴 하지만 ‘아가씨로 받는다’는 표현은 여권을 중시하는 현재 사회 분위기와도 맞지 않고 공영방송에서 할 소리도 아니었다. 
이에 진행자가 제지하긴 했지만 그는 또 한번 도를 넘어섰다. 자신이 과거 교통사고로 엄지발가락을 잃어 6급 장애인이 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항공료 30% 할인을 받아 가만히 앉아서 1년에 1000만원을 번다”고 말해 시청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부랴부랴 제작진이 사과를 했지만 엄용수의 실추된 이미지는 상당시간 회복되기 어려워보인다.
방송은 크게 생방송과 녹화방송으로 나뉜다. 엄용수의 사례처럼 간혹 생방송에서 부적절한 일이 벌어져 시청자를 놀라게 하고 방송사도 오랜 시간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방송이 녹화로 진행된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장면을 편집에서 걸러낼 수 있기 때문에 생방송보다 사고도 적다.
하지만 간혹 예능 방송을 보다보면 저런 것도 내보내야 했을까 싶은 장면들이 여과 없이 흘러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욕설이다. ‘삐’ 처리를 통해 감추긴 하지만 방송에서 내보내면 안 될 욕설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욕을 한 연예인의 화난 표정과 황당하다는 출연자들의 반응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편집 전략이다. 
방송인이라면 욕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맞다. 다만 웃음을 위해서라며 제작진이 자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이에 내몰린 출연자들이 참다못해 욕을 내뱉을 수는 있다. 
그런데 이를 또다시 웃음의 소재로 연출하고 편집하는 제작진의 태도는 의뭉스럽다. 
제작진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출연자를 압박하고 극한으로 몰아서 욕설까지 하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고 이를 웃음거리로 사용하는 것이 마땅할까. 이로 인해 몇몇 연예인들은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제작진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현재 예능 방송의 트렌드다. 매주 한 시간이 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해 아이디어 회의로 머리를 쥐어짜고 날을 새가며 편집하는 제작진의 노고엔 격려를 보낸다. 다만 자신들이 어떻게 웃음을 유발할 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세계적인 배우 찰리 채플린과 한국 코미디계의 대부 이주일이 어떻게 사람들을 웃기고 감동을 줬는지 다시금 되새겨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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