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자주 찾는 이유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자주 찾는 이유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6.22 14:45
  • 호수 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회담,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중국을 세 번 찾았다. 3월 말과 5월 초, 그리고 6월 말에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들락거리는 이유는 혼자서 비핵화 문제를 처리하기엔 너무 버겁기 때문이다. 중국과 혈맹관계를 맺고 있는 북한으로선 국가존망이 걸린 비핵화 문제를 단독으로 수습하기엔 역부족인데다 상대가 세계 최강국(미국)과 경제 강국(한국) 두 개 국가라 후견국가로서 중국이 꼭 필요해서다. 
북한이 중국에 얼마나 의존적인가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전후를 보면 알 수 있다. 폼페이오가 북한을 방문하기 직전 김 위원장은 중국을 찾곤 했다. 폼페이오가 북에 요구하는 비핵화 절차에 대해 시진핑과 상의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북한의 비핵화는 중국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이 내세우는 비핵화 방식은 쌍중단(雙中斷)과 쌍궤병행(雙軌竝行)이다. 전자는 북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교환하자는 것이고, 후자는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체제 협상의 병행 추진을 의미한다.
실제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 또는 폐지한다는 발언을 했다. 그에 따라 한·미는 한반도 전면전을 가장한 대표적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일시 보류하기로 했다. 8월에 예정된 이 훈련은 한미동맹의 핵심 장치 중 하나였던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다. 또 폼페이오는 최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가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것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밝혔다. 중국이 내놓은 비핵화 제안대로 미국이 좇아가는 형국이 된 셈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은 처음에 북의 비핵화 문제에 관망하는 자세였다. 중국은 2016년 9월, “북핵 문제는 북·미 모순이 실질적인 원인으로 미국이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듬해에는 “북핵 문제를 중국과 연계하지 말라”고까지 했다. 그런데 최근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자 중국의 태도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당사자로 180도 바뀌었다. 
중국의 변화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차이나 패싱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동아시아 문제를 미국의 영향력 아래 둘 수 없다는 중국의 노골적인 위세이다. 시진핑은 김 위원장의 첫 번째 해외 정상회담 파트너가 됨으로써 그 누구도 중국과 상의 없이는 한반도 문제를 함부로 결정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내보였다. 대신 그에 대한 대가도 제시했다. 중국 외교부는 북·미 정상회담 직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유엔안보리 결의를 이행하거나 준수하는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제재를 조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북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에 대해 중국이 나서 제재를 중단하거나 해제하겠다는 의미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과 미국에 경고를 보내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국이 중국과 충분히 상의하지 않았다며 섭섭하게 생각한다. 한국이 중국을 제쳐놓고 미국과 북한하고만 소통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 쿤밍에서 북한과 비밀리에 접촉해 평창겨울올림픽 참가 문제를 논의했고 중국을 배제한 채 종전 선언 문제를 꺼냈다. 특히 한국의 일부 학자들이 공개 세미나 등에서 중국의 비핵화 논의에 대해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고 말하며 중국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중국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이와 관련해 “남·북·미 3자에 의한 종전 선언이 거론되고 있는 건 한마디로 가소로운 일”이라고 폄하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남·북·미 3자만 참여하는 종전 선언 가능성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중요 당사국이자 정전협정 서명국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북핵 문제에서 자신이 소외된다고 생각되면 김 위원장을 사주해 비핵화를 훼방 놓는 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할 수도 있다. 남·북한 정상회담 다음 날 중국 군용기가 우리 방공식별 구역을 침범한 건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시사한다. 
한국과 미국은 중국을 도외시하고는 비핵화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하기 어렵다. 중국의 존재와 역할을 고려해 앞으로 비핵화 로드맵을 그려가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