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용꿈
[디카시 산책]용꿈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8.06.22 14:51
  • 호수 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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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꿈

사선대 누각에 누워 용꿈을 꾸니

청룡 두 마리 구름을 희롱하네

 

뻐꾸기 울지 않는다 하지 마소

세상살이에 묻히어 듣지 못했을 뿐

 

새 울고, 강바람 스치는

그대가 머무는 이곳이 이승일세

양성수

**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다. ‘정말 그럴까?’ 깊이 고민해본 적이 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명을 얻어 사람으로 태어날 확률을 생각하면, 이 우주라는 공간에서 지구라는 별에 태어날 확률을 생각해보면, 지금 이 순간을 영위하는 이 자체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마다 행복의 지수는 다 다르겠지만 이 기적의 순간들이 어찌 눈물나게 고맙고 귀하지 않겠는가. 작가는 사선대에 누워 한가로이 오수에 든다. 기실 단청을 보고 있는 것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고 어떤 고민도 없을 것 같다. 이 디카시를 읽으며 나도 세속에 찌든 몸을 씻어주는 뭇 산새소리와 강바람에 온 몸이 정화되는 것을 느낀다. 이 디카시가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오늘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원한 오늘이 아닌가.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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