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아트센터 ‘애도하는 사람’ 죽음을 찾아 망자 애도만 하는 사람
두산아트센터 ‘애도하는 사람’ 죽음을 찾아 망자 애도만 하는 사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6.22 15:19
  • 호수 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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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 수상작 원작… 애도여행 통해 삶의 의미 물어

[백세시대=배성호기자]

한해에 수많은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 해당기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애도의 댓글을 남긴다. 얼굴을 모르는 경우에도 진심을 담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 6월 19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무대에 오른 ‘시즈토’도 그랬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죽은 사람들의 넋을 애도했다. 단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죽은 사람을 애도만 하기 위해 전국을 떠돌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 남자의 기이한 애도여행을 다룬 연극 ‘애도하는 사람’이 오는 7월 7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나오키상을 받은 덴도 아라타의 동명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2010년 처음 국내에 소개된 후 깊은 울림으로 호평을 받았고 일본에서는 소설이 출간된 후 연극과 영화로도 제작됐다.  

내용은 단순하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시즈토는 친구 겐지의 1주기를 잊은 죄책감에 사표를 내던지고 전국을 떠돌며 죽은 사람을 애도하기 시작한다. 그는 매일 신문이나 잡지를 읽고 죽은 사람의 기록을 조사한다.

대상도 다양하다. 조직폭력배, 은행직원, 급발진한 차에 치인 6세 남자아이, 폭발사고로 죽은 공장 직원, 남편의 폭력으로 죽은 28세 여성, 17세 소년, 도로공사 안내경비원 등 사람이라는 것 외에 공통점도 없다. 

그의 이상한 여행은 삼류 잡지 기자 고우타로에게 포착된다. 얼굴도 알지 못하는 이들을 애도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즈토의 뒤를 캐던 고우타로는 그에게 묻는다.

“특별하지도 않은 생판 모르는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말이 되나. 영웅의 죽음과 악당의 죽음이 같은가. 모든 죽음에 차이가 없다는 말인가.”

이에 대해 시즈토는 “잘 모르겠다”는 모호한 답변만을 할 뿐이다. 망자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기억하겠다는 시즈토의 신념에서 비롯된 답이기는 하지만 악인마저 위로하는 행동은 역으로 객석에 공허함을 선사한다.

그러던 시즈토는 길을 가다 갓 출소한 유키요를 만난다. 그녀는 자신이 애도했던 한 남자의 아내이자 그를 죽인 살인범이었다. 시즈토의 행동에 깊은 인상을 받은 유키요는 그의 여행에 동참하고 두 사람의 인생도 변곡점을 맞는다. 

시즈토는 실제론 한 번도 시신을 본 적이 없었고 말기암 환자인 어머니 준코를 외면하고 있었다. 반대로 유키요는 자신의 손으로 한 사람의 생을 마감시켰다. 시즈토는 실상 죽음을 외면하기 위해 망자를 위로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었다. 반면 유키요는 죽음에 대해 무덤덤했다. 결국 두 사람은 여행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진짜 삶으로 나아간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한 어르신의 시체를 수습하게 된다. 늘 고인이 죽은 뒤의 현장만 찾아다니며 애도했던 시즈토는 실제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는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유키요는 정성스레 고인의 시체를 보듬는다. 그제서야 시즈토도 유키요의 행위에 동참한다. 실제 죽음을 마주하고 고인을 대하는 두 사람의 행동은 객석에 큰 울림을 전한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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