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한메이린 세계순회전’…‘중국미술의 국보’ 한메이린 작품 서울 나들이
예술의전당 ‘한메이린 세계순회전’…‘중국미술의 국보’ 한메이린 작품 서울 나들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6.22 15:21
  • 호수 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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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마스코트를 디자인하며 '중국미술의 국보'라 불리는 세계적인 미술가 한메이린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전시장 전경.
베이징올림픽 마스코트를 디자인하며 '중국미술의 국보'라 불리는 세계적인 미술가 한메이린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전시장 전경.

시진핑, 문 대통령 방중 때 그의 작품 선물… 베이징올림픽 마스코트 그려

암각화에서 모티브 얻어 쓴 ‘천서’는 승천하는 듯… 동물그림도 인상적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1000일 앞둔 2005년 11월 11일, 공식 마스코트 푸와가 전 세계에 공개된다. 중국 전통의 오행 사상에 뿌리를 둔 베이베이, 징징, 환환, 잉잉, 니니라는 다섯 캐릭터로 구성된 푸와는 전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었다. 캐릭터를 디자인 한 사람은 중국의 국보라 불리는 한메이린이었다. 이후 그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주석이 한메이린의 작품을 선물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런 한메이린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7월 8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되는 한메이린 세계순회전에서는 회화, 서예, 조각뿐 아니라 주전자, 그릇, 의자 등 그의 대표작 300여점을 선보인다.

한메이린은 중국을 대표하는 생존 화가 중 드물게 ‘대가’(大師)로 불린다. 서예·그림·조각·공예·디자인·애니메이션 장르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전방위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1936년 중국 산둥성에서 태어난 그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렵게 살다 1960년 중앙공예미술학원(현 칭화대 미술학원)을 졸업했다. 

문화혁명 당시에는 모함을 받아 4년 7개월간 옥살이도 했다. 복권 후 수묵의 번짐 효과를 이용한 동물 그림으로 명성을 얻었고 1988년 선보인 항공사 에어차이나의 봉황 로고는 지금도 사용되고 있으며 2011년 환구시보 선정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중국인’에서 1위로 뽑혔다. 2015년에는 중국 미술계 최초로 ‘유네스코 평화예술가’ 칭호를 공식 수여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넨 그림처럼 각국 정상을 위한 선물도 도맡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3곳(항저우·베이징·인촨)이나 있을 정도다. 

이번 전시는 ‘천’(天), ‘지’(地), ‘인’(人), ‘예’(藝)의 4가지 주제로 나눠 그의 70년 화업을 되돌아본다. 

최근작 연꽃(2018)
최근작 연꽃(2018)

전시장은 ‘이걸 정말 한 사람이 다 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붓과 마커로 쓴 글씨, 그림, 디자인, 그리고 무쇠와 청동, 돌과 나무와 흙으로 빚어낸 각종 작품이 뿜어내는 기운은 탄성을 자아낸다. “틀에 어긋나지 않는 절제, 손의 움직임에 대한 믿음, 기묘함과 흥겨움, 무거움과 가벼움, 구속되지 않는 자유분방함, 웅장한 기세, 넘치는 생동감이 있다”는 판디안 중앙미술학원 원장(중국미술가협회 부주석)의 찬사에서 알 수 있듯 관람객을 휘어잡는다.

초입에 걸린 ‘민포물여(民胞物與)’(2008)가 대표적이다. 길이가 7m에 가까운 대자서(大字書)로 ‘인류는 동포, 만물은 벗’이라는 뜻의 웅장한 네 글자는 예술의 기본은 글씨라는 것을 보여준다. 무쇠를 이용해 3차원으로 표현한 ‘천서’도 인상적이다. 그의 글씨의 원형은 바위에 새겨진 고대 상형문자와 암각화다.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없는 글자는 그의 손에서 예술이 된다. 그는 이것을 ‘하늘의 글’ 즉 천서(天書)라 이름 붙였다. 높이만 3.5미터에 달하는 ‘천서’는 마치 하늘로 승천할 것 같은 강한 기운을 내뿜는다.   

두 번째 테마인 ‘지’에서 소개하는 동물 그림들도 주목할 만하다. 동물은 한메이린이 자주 사용하는 소재로 낙관적이고 진취적인 성향과 생명 본질에 대한 해석이 담겼다. 최근작인 ‘춘록도’(2015), ‘쌍마도’(2016) 등 간결한 선만으로 그려낸 사슴과 말은 선사시대 동굴 벽화 속 그림들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 기획을 맡은 자오리 중앙미술학원 교수는 “한메이린은 전통이라는 일종의 가능성을 어떻게 가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제공하고, 문명의 원초 기억을 반영했으며, 이것의 미래 역량을 제시했다”고 평했다.  

동서양의 철학이 융합된 인체화와 인체조각 작품을 소개한 ‘인’과 디자인 영역에서 독창적인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전시의 마지막 공간인 ‘예’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외에도 ‘안녕 서울, 나는 한메이린이야!’와 ‘올림픽’이라는 두 가지 특별 프로젝트를 준비해뒀다. ‘안녕 서울, 나는 한메이린이야!’는 전시장에 엄선한 대표작품을 통해 한국 관람객들에게 한메이린의 80여년 예술 인생을 소개한다. 또한 ‘올림픽’은 한메이린과 올림픽의 깊은 인연을 중심으로 한 특별전이다. 그의 예술작품과 디자인, 스케치, 문헌자료를 통해 위대한 예술과 올림픽에 관해 이야기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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