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전성시대 맞은 ‘짝짓기 예능’, 연애‧결혼 포기한 ‘N포 세대’를 다시 설레게하다
제2의 전성시대 맞은 ‘짝짓기 예능’, 연애‧결혼 포기한 ‘N포 세대’를 다시 설레게하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6.29 15:09
  • 호수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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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하트시그널2’, ‘선다방’ 등 2030세대 마음 사로잡아… 유사방송 잇달아 

여행‧관찰 예능의 장점 결합해 자연스런 만남 유도… 대리만족 효과

최근 2030세대를 겨냥한 짝짓기 예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호캉스(호텔+바캉스)와 연애 매칭을 결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로맨스 패키지’.
최근 2030세대를 겨냥한 짝짓기 예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호캉스(호텔+바캉스)와 연애 매칭을 결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로맨스 패키지’.

딸과 함께 사는 이영희(59) 씨는 최근 TV시청을 놓고 딸과 크게 다퉜다. 연애는 하지 않는 딸이 거의 매일 한 편씩은 방영되는 일명 ‘짝짓기 예능’ 방송에 푹 빠져 있어 “너나 연애 하라”고 한마디 했다가 감정싸움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 씨는 “연애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딸이 유독 남들이 연애하는 방송에 관심이 많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최근 방송가에서 일반인들을 매칭해주는 짝짓기 예능이 먹방(먹는 방송), 여행방(여행 방송)과 함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채널A ‘하트시그널2’, JTBC ‘선다방’이 2030세대에게 큰 관심을 끌면서 유사 프로그램이 잇달아 제작되고 있다. 

1994년 제작된 MBC ‘사랑의 스튜디오’가 성공한 이후 KBS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SBS ‘짝’ 등이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방영 당시 드라마, 영화와 달리 현실감 넘치는 전개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특히 남녀 출연자의 밀당(밀고 당기기)과 애정 공세 등은 시청자를 방송 안으로 끌어들였다. 솔로에게는 대리만족을 커플에게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오랫동안 예능방송의 한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현실성을 강조하면서 출연자간 불협화음이 발생했고 불미스런 사건으로 퇴출당한 ‘짝’을 마지막으로 하향세를 걸었다. 

하지만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하트시그널2’와 ‘선다방’이 히트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스스로 ‘N포 세대’라 칭하며 연애와 결혼을 포기한 2030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기존 작품과 달리 여행 예능과 관찰 예능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결합시키거나, 과거에 인위적으로 끼워 맞추던 ‘이성 매칭 방식’에서 최대한 출연자 중심으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주효했다.

6월 15일 종영된 ‘하트시그널2’는 미혼 남녀 8명이 ‘시그널 하우스’에서 함께 생활하며 싹트는 미묘한 감정을 포착했다. 

작사가 김이나를 비롯한 연예인 패널들이 남녀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하는 것을 보여주며 추리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출연자는 한 달 동안 시그널 하우스에서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만남을 이어가고, 매일 밤 12시 이성에게 문자를 보내 변화되는 마음을 보여줬다.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향한 호감과 호감이 변하는 모습들을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 출연자들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듯 시청자들도 출연자들의 매력과 미묘하게 변해가는 감정에 울고 웃었다.

역시 6월 24일 방송을 끝으로 휴식기에 들어간 선다방은 일반인이 카페에서 맞선을 본다는 콘셉트에서 출발한다. 가수 이적과 로운, 배우 유인나, 개그맨 양세형 등 스타 카페지기들이 실제 맞선 전문 카페를 운영하며, 일반인들의 맞선을 엿보고 요즘의 남녀관, 연애관 그리고 인생에 대한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췄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과 유사한 고민을 가진 출연자들이 등장해 시청자들이 보다 더 쉽게 공감하고 설렐 수 있다는 평가다. 출연진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공감하고, 1대1로 만나는 출연진들을 응원했다. 

2월 파일럿 방송으로 등장했던 SBS ‘로맨스 패키지’는 2030세대에서 트렌드로 자리잡은 ‘호캉스’(호텔+바캉스)와 연애를 접목시켰다. 10명의 일반인 남녀가 호텔 내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출연진들이 자유롭게 표현을 하는 것과는 달리 ‘로맨스 가이드’가 세운 규칙과 일정에 맞춰 움직이며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 첫인상 평가 후 미니바 선택, 가든 파티 등의 단계를 거쳐 친밀도를 쌓는다. 로맨스 가이드로 나선 전현무와 임수향이 VCR로 출연진들의 행동을 관찰해 커플이 누가될지 예측한다. SBS에서 선보인 프로그램인만큼 시작부터 ‘짝’과 비교됐지만, 일일 로맨스 가이드와 테마를 정해놓고 데이트를 즐기는 방식을 넣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짝짓기 예능이 대거 안방극장을 찾는다. 국내 대표 MC 신동엽을 내세운 Mnet ‘러브캐처’가 대표적이다. 7월 11일 첫방송을 앞둔 러브캐처는 기존 방송과 달리 색다른 룰을 더해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사랑을 찾기 위한 ‘러브캐처’와 상금을 노리고 참가한 ‘머니캐처’가 8일간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의 정체를 들키지 않고 각자의 목적을 쟁취하는 과정을 그린다. 러브캐처가 러브캐처를 선택하면 커플로 매칭되지만 러브캐처가 머니캐처를 선택하면 머니캐처가 5000만원의 상금을 거머쥐게 된다. 서로를 속고 속이는 과정을 통해 바뀐 청춘들의 연애관을 담아낼 예정이다.

아예 연애가 아닌 결혼을 목적으로 한 방송도 제작된다. 7월 방영을 앞둔 XtvN ‘한쌍’은 반려자를 간절히 찾고 싶은 미혼남녀와 자녀들이 인연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은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반려자를 찾고 싶은 미혼남녀들의 데이트를 통해 외모, 스펙, 취향 등 결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또 부모들은 자녀들의 데이트 행태를 관찰하며 갖게 되는 생각을 표출함으로써 부모와 자식 간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 전달할 예정이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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