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의 증상과 치료법, 시집살이, 자녀갈등 등이 원인
화병의 증상과 치료법, 시집살이, 자녀갈등 등이 원인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6.29 15:13
  • 호수 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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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키우다 생기는 갈등 ‘화병’으로 도지기도

[백세시대=이영주기자]

최근 손주를 키우는 노년층이 늘면서 자녀들과 마찰이 빚어지고, 이로 인해 화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손주를 키우는 노년층이 늘면서 자녀들과 마찰이 빚어지고, 이로 인해 화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소한 일에 짜증나거나 얼굴‧가슴에 열감이 느껴지면 화병 의심

걷기‧명상‧화초 가꾸기 등으로 스트레스 관리해야… 한 잔의 차도 도움

한국인은 화가 나도 외부로 분출하지 않고 속에 담아두는 경향이 있다. ‘참는 게 미덕’이라 여겨온 것인데, 화가 나도 참고 살다 보면 병에 걸릴 수 있다. 대표적 질병이 바로 ‘화병’이다. 화병은 한국인에게 특히 많은 질병으로, 미국 정신의학협회는 화병을 ‘한국민속증후군’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화병은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일종의 우울증이다. 중년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가족 간의 갈등 등으로 노년층에서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정선용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전형적인 화병은 시집살이를 10여년 이상 한 이후 50대 정도에 나타난다. 신체적으로는 갱년기의 변화를 겪고, 정신적으로는 더 이상 부당한 대우를 참지 못하는 단계에서 화병이 발병하게 된다. 이후에도 적절히 화를 풀지 않으면 증상이 지속돼 60대, 70대에도 화병상태로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노년층에서는 결혼으로 독립한 자녀가 손주를 맡기면서 화병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정 교수는 “시집살이로 인한 화병은 50~60대, 손주 키우면서 자녀들과의 갈등에서 생기는 화병은 60~70대에 많다”고 말했다.

◇화병의 증상

화병은 속상함, 억울함, 분함, 증오 등의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둬 문제가 발생한다. 때문에 책임감이 강하고 양심적이며 감정을 잘 억제하는 내성적인 사람이 화병에 잘 걸린다. 

화병이 생기면 사소한 일에도 짜증과 신경질을 내는 등 예민한 상태가 지속되며, 분노와 화를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진다. 우울감, 식욕 저하, 불면 등 우울 증상도 나타난다. 

화병은 이러한 우울 증상 외에 신체 증상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숨 쉬는 것이 답답하고 가슴이 뛰는 증상이 생길 수 있고,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명치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을 느끼기도 한다. 또 몸 여기저기에서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심하면 만성적 분노로 고혈압이나 중풍 등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평소에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느낌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 △얼굴이나 가슴에 열이 올라오는 느낌 △명치에 무언가 뭉친 느낌 △갑자기 화가 나고 분노가 치미는 느낌 등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화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화병의 치료와 예방

화병은 대개 단기간에 증상이 회복되기보다는 장기간 지속적인 치료를 필요로 한다. 

서양의학에서는 약물 치료 또는 정신 치료가 시행된다. 약물 치료에는 항우울제가 주로 사용되며, 약물에 따른 효과나 부작용을 고려해 환자 개개인에 맞는 약제가 선택된다. 정신 치료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이나 대인관계, 성격 등의 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치료법으로, 치료법에 따라 면담 횟수나 기간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의학에서의 화병 치료는 한약으로 달아오르는 열감과 치밀어 오르는 느낌을 가라앉히고, 침 치료를 통해 답답함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강동경희대병원 화병클리닉에서는 화병 환자에게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어가는 방법으로 걷기를 추천한다. 걷기는 서로에 대해 억울한 감정을 가진 두 사람이 화해하는 방법으로도 쓰인다. 걷다보면 서로의 속마음을 터놓게 되고, 이해를 하고, 용서에 이르기도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음주나 흡연은 화병으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체 리듬을 깨거나 다른 질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같은 이유로 카페인이 포함된 커피나 녹차도 좋지 않다. 특히 수면에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불면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술이나 커피 등은 더욱 피하는 것이 좋다.

화병의 치료와 예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 관리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운동 등으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기르는 것이 좋다. 꾸준한 취미 생활도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 명상, 등산, 화초 가꾸기, 음악 감상, 노래 부르기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 화병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차(茶)를 마시는 것도 화를 다스리는데 도움이 된다. 체질별로 태양인은 모과차‧감잎차‧오가피차가 좋으며, 소양인은 구기자차‧당근즙‧녹즙이 잘 맞는다. 태음인은 들깨차‧율무차‧칡차가 좋고 소음인은 계피차‧인삼차‧생강차‧꿀차‧쌍화차가 도움이 된다.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는 것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가족 또는 친구와 대화를 자주 나누며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화가 나는 상황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면 변화를 주는 것도 화병을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있으나, 그럴 수 없다면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하다. 순간적으로 울화가 치밀어 오를 땐 복식 호흡이나 명상 등으로 당장의 화를 가라앉힐 수 있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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