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학 대한노인회 경기 수원시팔달구지회장 “어르신들 ‘마음의 문’ 열면 주위가 온통 행복하게 보여”
이병학 대한노인회 경기 수원시팔달구지회장 “어르신들 ‘마음의 문’ 열면 주위가 온통 행복하게 보여”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7.06 11:29
  • 호수 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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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2014년 전국 최연소 지회장…80대 경로당 회장들 나이 안보고 잘 따라줘

고령사회 노인문제 전문강사…노인단체·노인대학·복지관 등에서 강연

‘전국 최연소 지회장’이란 닉네임을 갖고 있는 이병학(70) 대한노인회 경기연합회 수원시팔달구지회장. 2014년 7월, 당시 66세의 나이로 지회장에 선출돼 지회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다. 그 결과 지난 5월에 열린 임시총회에서 단독 후보로 나와 대의원들의 만장일치로 제7대 지회장에 추대됐다. 이 지회장은 “경로부장으로 처음 노인회와 인연을 맺은 이후 이 시간까지 어르신들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 무언가 그것만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에게 듣는 ‘젊은 지회장의 고뇌와 보람’. 

-연임 성공의 이유라면.

“경로부장으로 있을 때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경로당을 찾아다녔다. 지금쯤 이 경로당은 쌀이 떨어졌을 것이고 저 경로당은 뭐가 필요하겠지, 그런 걸 다 꿰고 있다. 시에서 준 예산은 다 쓰고 추경은 불확실하고 뭐 해 드리고 싶은데 가진 건 없고…늘 그런 생각에 젖어 있었다. 그런 제 심정을 알아주신 것 같다.”

수원 출신의 이 지회장은 국회사무처, 수원시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 사업 쪽으로 눈을 돌려 조경사업을 오래 했다. 일찍부터 시민사회단체에 적을 두었다. YMCA·경실련 이사를 지냈으며 국제와이즈맨 활동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현재 수원중앙새마을금고 감사, 경기연합회 부회장이다. 

-노인회와 인연은.

“사업을 접은 후 남은 삶을 봉사하고 싶었다. 당시 안면이 있는 수원시장에게 자리를 부탁하자 지회 경로부장에 연결시켜 주었다.”  

-80대 경로당 회장들과 나이 때문에 어려운 점은.

“경기연합회 44개 지회장 중에서도 가장 적었다. 제가 먼저 알아서 기었다(?)고 할까(웃음). 경로당 회장들이 지회장 대접을 해주셔서 운영에 별 어려움은 없다. 어르신들이 칭찬해줄 때 보람도 느낀다.”  

-팔달구지회를 소개해 달라.

“팔달구는 과거 수원의 중심도시였으나 이제는 구도시로 밀려나 환경이 낙후되고 열악하다. 영통구· 장안구 등 새로운 개발지역의 대단지 아파트로 가진 이들이 옮겨가면서 이곳은 정체된 감이 없지 않다. 노인 인구는 더 많다. 영통구 주민 39만명 중 1만8000명인데 반해 우리는 19만5000명 주민 중 2만5000명으로 13%가 넘는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3600여명이다.”

수원시 팔달구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화성이 있다. 정조대왕의 지극한 효성이 배어 있는 자랑스런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실생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때문에 개발제한에 묶여 발전이 더디다.

-정서적으로는 노인이 살기 좋은 곳이 아닐까.

“어르신들은 자라온 습성이 있어 마당도 있고 대문도 있고 대문 밖에는 이웃도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선 좋은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로당 수준은.

“아파트 단지의 경로당은 시설도 현대화 됐고 주변도 깨끗한 반면 단독주택 형태의 경로당은 좁고 시설도 열악하다. 자연부락 경로당이 많다. 최근 재개발로 인해 86개 경로당에서 2개가 줄었다.”

이 지회장은 경로당 보상비로 노인 밀집 지역에 새 경로당을 지어달라고 시에 건의했다. 지금까지는 거리 제한 때문에 짓지를 못했다. 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4년 전 공약은 무엇이고 얼마나 실천됐나.

“와서 보니 좁은 경로당에 프로그램 혜택도 못 받고 문화적 혜택도 적었다. 강사가 차를 댈 주차장이 없을 정도다. 그래서 프로그램 활성화에 주력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지금도 그쪽에 경주하고 있다. 현재 24명의 프로그램 강사들이 경로당을 부지런히 돌고 있다. 회원확보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지회장은 이어 “처음 왔을 때 식사조차 못하는 경로당이 많아 후원·찬조를 받아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후원·찬조를 잘 해주는지.

“지회장이 영업사원(?)이나 마찬가지다. 어디 가서 후원 받아내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다.  그렇다고 노인회가 동냥 다니는 것처럼 보여서도 안된다. 개인보다는 기업이나 사회단체에 집중했다. 국제로터리클럽 등에서 도움을 주고 한국마사회 수원지부 같은 데는 꾸준히 도와주고 있다.”

-시나 구청은 어떤가.

“정해진 예산 외에는 없다. 어르신들에게 잘 해주고 있지만 팔달구지회의 어려운 여건을 봐서 좀 더 많은 지원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병학 수원시 팔달구지회장이 지회회관에서 직원들과 담소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가 이혜정 사무국장.
이병학 수원시 팔달구지회장이 지회회관에서 직원들과 담소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가 이혜정 사무국장.

-지회 직원들의 어려움도 많을 것 같다.

“소수 정예로 최대한의 역량을 끌어내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제가 수원시니어클럽 운영위원장으로 있다. 거기 직원 월급은 100% 시가 지원하는 반면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직원들 대우도 형평성이 맞아야 한다.”

-시니어클럽과 노인회와의 관계는.

“시니어클럽은 어르신에게 바리스타 교육시켜 카페에 취업시켜주고, 경로당 2층에 봉투·소켓 조립 같은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다. 수원시니어클럽이 전국에서 가장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경로당 회장이나 회원도 참여한다.”

-노인회관 사정은.

“시 소유 건물에 노인회, 수원시니어클럽 두 단체가 들어와 있다. 제가 지회장 되면서 회관 건립을 약속했고 4년 걸려 어렵게 성사시켰다. 화성 행궁 안에 올해 12월 준공 목표로 땅을 파고 있다. 팔달구의 중심이라 접근성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강당이 넓어서 좋다.”

팔달구에는 지금까지 노인복지회관이 없었다. 이 지회장이 복지회관추진위원회를 만들어 4년여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하루 1300여명이 이용하며 종교단체에서 위탁운영 중이다.

-왜 노인회가 맡지 않았는지.

“복지관 운영 경험 등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우리 노인회는 못 맡게끔 돼 있더라.”

이 지회장은 “시 예산으로 복지관을 운영하는 사업주가 모자란 부분은 자체 조달해야 마땅한데도 지역 유지, 기관에 지원을 요청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럴 바에야 노인회에 맡겨주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지회 운영 철학은.

“첫째가 복지이다. 국가에서 기초연금 주고 주민센터, 경로당에서 쌀은 나온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건강과 문화·정서적인 복지가 중요하다. 노인이 학대만 받지 않아도 복지 수준은 올라간다.”

이 지회장은 이밖에도 수년간 노인사회연구소를 운영했다. 경로부장들과 사회문제를 공동 인식하는 이들과 정기적으로 모여 노인문제를 논의하던 기구다. 저출산, 고령사회 노인문제 전문강사로서 아주공대 대학원을 비롯해 노인단체, 복지관, 노인대학에 나가고 있다.

이 지회장은 또, 아름다운 노후, 웰에이징, 행복교실 강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노인 행복과 관련해 “노인은 남에게 주거나 남을 인정하는 습성이 적다.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 남을 이해하고 만사를 ‘그러려니’ 생각하면 주위가 온통 행복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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