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명칭과 미의 기준 고민해봐야
미스코리아 명칭과 미의 기준 고민해봐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7.06 11:34
  • 호수 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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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스코리아 진으로 선발된 사람의 이름은?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이가 적고 많고 성별을 떠나서 말이다. 십여년 전만 해도 달랐다. 정확히 말하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지상파에서 퇴출된 2002년 이후로 매년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어김없이 미스코리아가 새로 뽑혔다. 곧 잊혀지겠지만 올해 미스코리아 진은 국제부 기자를 꿈꾸는 23세의 김선민 씨가 차지했다. 
지난 1957년 제1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이후 한국일보의 주관 아래 올해까지 62명의 진을 배출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을 선발한다는 명목 아래 지역별로 예선을 거쳐 본선을 치르고 수영복 등 각종 심사를 통해 진선미를 가려왔다. 왜 수영복을 입은 맵시가 예쁜 여자들이 미스코리아가 돼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미스코리아 대회를 바라보면서 늘 궁금한 것이 있었다. 왜 정부도 아닌 특정신문사가 후원을 받아서 주최하는 ‘민간대회’에 국가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코리아’라는 호칭을 붙였는지 말이다. 대회를 만든 곳이 한국일보라서 미스코리아란 이름을 붙인 것일지도 있겠지만 어쨌든 대중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을 뽑는 대회로 여긴다. 

선발과정을 보면 더 이해할 수 없다. 주관사가 특정 사람 몇몇을 심사위원으로 ‘뽑아서’ 이들의 평가로 우열을 가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미스코리아라는 호칭을 달아주는 게 맞는지 묻고 싶다. 
주관사가 미의 기준을 정해 지원한 여성들의 순위를 매기고 요란하게 상을 수여하는 것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대중들을 현혹시키는 호칭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하물며 요새 유행하는 오디션 방식처럼 대국민 투표로 뽑으면 그나마 대표성이라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나마 잘 뽑았다고 생각되는 미스코리아는 2002년에 진을 거머쥔 현 동국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금나나 교수다. 지상파에서 쫓겨나 처음 치러진 대회에서 미의 여왕에 오른 그녀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외모가 기대에 못미친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보란 듯이 미 명문 하버드대에 진학 후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 남자들을 제치고 이른 나이에 대학교수가 되면서 한국 여성의 힘을 보여줬다. 

언제까지 대회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대중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선 주관사가 명칭과 미의 기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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