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산책]달팽이 연인
[디카시산책]달팽이 연인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8.07.06 11:43
  • 호수 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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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연인

미안, 서둘러 나오느라

옷도 걸치지 못하고 나왔어

괜찮아

집을 가지고 왔는데

들어오라고 못해서 나도 미안

박해경(동시 작가)

**

와실(蝸室), 달팽이집이라는 뜻으로 작고 초라한 집을 일컫는 말이다. 옛사람들은 자신의 궁핍한 생활을 빗대거나 자신의 집을 겸손하게 말할 때 와실이라고 했다. 박인로의 ‘누항사’에 보면 ‘와실에 드러간들 잠이 와서 누웠겠는가, 북창을 빗겨 앉아 새벽을 기다리니, 무정한 대승은 이내 한을 돕는구나’라고 자신의 가난한 처지를 한탄하고 있다. 이때의 와실은 혼자서 견뎌야 하는 처절한 삶의 고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소재다. 

하지만 이 디카시에서는 혼자가 아니다. 가난한 연인이 데이트를 하고 있다. 서로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알고 이해하고 또 배려하고 있다. 그래서 가난이 부끄럽지도 고통도 아니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함께 나눌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그 길은 기쁘고 금방 지나갈 수 있다. 달팽이 연인이 앞으로도 쭈욱, 행복하기를…….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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