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제도, 양극화 해소의 비법인가?
기본소득제도, 양극화 해소의 비법인가?
  •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동아대학교 석좌교수
  • 승인 2018.07.06 11:44
  • 호수 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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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동아대학교 석좌교수]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서도

기본소득제 시범사업 실시

건강 개선되고 취학률 증가 등

긍정적인 결과 나타나

우리나라도 검토할 필요 있어

양극화 심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되면서, 최근 기본소득제도(Universal Basic Income)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기본소득제도에 관한 서적이 2016년 이후 급속히 늘어나고 있고, 세계 시장경제 핵심인사들의 연례모임인 다보스 포럼 역시 금년 초 이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한 바 있다. 

기본소득제도는 모든 시민에게 일정 수준의 소득을 국가가 매달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 개념은 오랜 역사적 배경이 있다. 엔지니어 출신인 더글러스(C. H. Douglas)는 1924년 『사회적 신용(Social Credit)』이라는 저서에서 모든 근로자에게 기술발전에 의한 보너스를 기본소득 형태로 나누어줄 것을 제안하였다. “기술은 총생산과 근로소득과의 격차를 유발하기 때문에 정부는 모든 시민에게 ‘국가적 배당’을 지급함으로써 그 차이를 상쇄해야 한다”는 것이 더글러스의 논리였다.

그 후 기본소득 제도는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실시되었다. 1960년대 후반 미국 인디아나주와 시애틀과 덴버 시에서 시범사업이 실시되었는데, 그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대다수 참가자가 주어진 기본소득을 낭비하지 않았고 자녀 취학률 역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해당 주민에게 월 900달러 상당의 기본소득을 주는 내용의 시범사업을 실시하였고, 최종평가보고서는 2019년 말에 발표될 예정이다. 네덜란드 역시 비슷한 형태의 시범사업을 19개 도시에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 온타리오(Ontario)주 3개 지역에서도 2017년부터 3개년 간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기본소득제도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2008년과 2013년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시범사업이 추진되었는데, 결과는 긍정적인 것이었다. 수혜자의 상당수가 자영업을 시작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인도 오라데시(Oradesh)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였는데 그 결과 역시 긍정적이었다. 기본소득제도 실시 후 대상 가구의 식품 소비가 증가하였고, 건강상태가 개선되었으며, 68% 가구에서 자녀들의 학교 성적이 올랐다. 자녀들은 더욱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냈고, 가구 저축이 3배나 증가하였으며, 자영업체 수도 2배로 증가하였다.

기본소득제도는 이념적으로 진보와 보수 세력 모두로부터 일정 수준의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진보성향의 학자들이 기본소득제도를 지지하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본소득제도야말로 저소득층의 복지를 증진시키면서 근로의욕 감소 등 전통적 복지시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제도는 모든 시민의 사회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가장 이상적인 사회보장제도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보수 성향 인사들은 제도가 단순하고 근로의욕 감퇴를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지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벤처기업가들이 기본소득재도의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상당 규모의 사재를 투입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작은 정부’를 주창하는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는 “기본소득제도는 재분배를 이룰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라는 논리로 이를 지지하고 있다. 벤처기업가 샘 알트만(Sam Altman)은 2016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Oakland)시에서 주민에게 월 1000달러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사비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나라에서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이의 추진에 필요한 막대한 재정 부담 때문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소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0%가 기본소득제도를 찬성하나 증세 가능성을 동시에 언급하면 이에 대한 지지율이 35%로 낮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기본소득제도 실시에 필요한 추가재원 중 상당 부분은 기존의 복지프로그램을 폐지 또는 축소 조정함으로써 조달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제도가 도입된다고 하면 소득보장 성격의 정책 중 상당수가 폐지 또는 축소 조정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기본소득제도가 도입된다면, 최저임금제 폐지는 물론 보다 과감한 연금개혁도 추진될 수 있다. 또한 미성년자 대상 기본소득제도는 포괄적 아동수당 역할을 함으로써 출산 장려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제도 추진을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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