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지회 22개 경로당 ‘개방형 탈바꿈’… 노인만의 공간서 세대간 소통의 장
서울 성북구지회 22개 경로당 ‘개방형 탈바꿈’… 노인만의 공간서 세대간 소통의 장
  • 김순근 기자
  • 승인 2018.07.06 13:45
  • 호수 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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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김순근기자]

2015년 도입땐 “노인전용공간 뺏긴다”며 불만 … 주민과의 만남도 어색

지금은 전 세대가 함께 영화보고 취미․운동 즐기는 곳으로 변해

서울 성북구 개방형경로당인 삼성푸르지오 A경로당의 1․3세대 원예활동
서울 성북구 개방형경로당인 삼성푸르지오 A경로당의 1․3세대 원예활동

“우리가족 경로당으로 영화보러 가요.” “엄마, 경로당 할머니, 할아버지 보고싶어요.”

경로당이 달라지고 있다. 70대 이상 어르신들의 전용공간인 경로당에 유아원, 유치원생부터 30대  젊은 주부는 물론 40~50대 중년층까지 드나드는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도쿄 등 일본의 주요 도시를 다녀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주로 젊은층들로 가득한 우리나라 도시와 달리 일본 도시 거리에는 모든 연령층들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것.  이처럼 전 연령층이 골고루 섞여있으면 안정적이고 소통이 잘되는 건강한 조직, 사회라고 한다.

그런데 서울시내 경로당에서 그 건강한 조짐들이 움트고 있다. 2015년 서울시에서 도입한 개방형 경로당 제도가 그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개방형 경로당은 경로당의 일부 공간을 주민편의 공간으로 개선해 세대 간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주민들은 여가활용 공간이 늘어나고 노인들도 젊은층과의 대화 시간이 늘면서 자기세대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보다 열린 마음을 갖게 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경로당의 주인인 어르신들이 많이 어색해 하고 전용공간을 뺏긴다는 불만도 없지 않았다. 정릉4동 경로당 김상열 어르신은 “처음에는 아무래도 어색한 점이 없지 않았지만 같은 주민이어서 자연스레 친숙해졌고 지금은 누구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주로 낮시간대에 이뤄지다 보니 주로 주부와 아이들이 방문객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주부들이 지역 어르신들을 깎듯이 대하고 아이들이 재롱을 떨면서 어르신들도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대한노인회 서울 성북구지회(지회장 조성삼)는 최근 개방형 경로당의 호응이 좋아 올해 3개 경로당을 새롭게 추가해 모두 22개 경로당을 개방형 경로당으로 지정했다. 

정릉1동 경로당의 주민참여 노래교실.
정릉1동 경로당의 주민참여 노래교실.

10개 경로당은 ‘우리동네 사랑방 영화관’을 월 2회 운영하면서 각 연령층이 모이는 영화사랑방으로 자리잡았다. 최신작에서부터 추억의 영화까지 다양하고 사전에 관리사무소를 통해 고지하고 있어 매회 10~20명의 일반인 손님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3개 경로당에서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주민들과 함께하는 노래교실, 건강체조 등 운동교실 중심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강사의 지도에 따라 건강체조나 요가 등을 함께 하고 운동이 끝나면 간단한 다과와 담소 시간이 이어져 자연히 세대간 교류로 연결되고 있다. 

프로그램 도입후 경로당 기능이 확대되면서 성공사례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곳도 나오고 있다.

정릉1동 경로당에서는 노래교실 주 3회, 건강동호회․기타교실 주 2회, 성북 미술협회 아카데미 주 1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의 참여가 높다. 소규모 복지관형 경로당인 밤골경로당은 한글교육, 애니매이션프로그램 ‘스위시’, 동영상 영상활동 등 컴퓨터를 활용한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어르신들이 손자세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1‧3세대 프로그램이다. 성북구지회의 경우 6개 경로당에서 지역 어린이집과 연계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클레이아트, 원예교실, 통합공예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호응이 좋아 올해 전통놀이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예린 서울 성북구지회 경로부장은 “처음에 염려가 있었으나 막상 시행하니 아이들과 학부모,  어르신들 모두 만족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냈던 어르신들을 아파트 단지나 거리에서 만나면 먼저 달려가 반기면서 부모들도 자연히 인사하게 되어 경로당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김순근 기자 skkim@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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