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디지털 프롬나드’ 전, 전통 회화와 최첨단 미디어아트 속을 거닐다
서울시립미술관 ‘디지털 프롬나드’ 전, 전통 회화와 최첨단 미디어아트 속을 거닐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7.06 13:47
  • 호수 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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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김환기‧유영국 등 근현대 회화 걸작, 첨단 기술 활용한 신작 선봬

‘일상의실천’의 ‘포스터 제네레이터 1962-2018’. 기존 작품을 포스터로 꾸며볼 수 있는 관람객 참여형 작품이다
‘일상의실천’의 ‘포스터 제네레이터 1962-2018’. 기존 작품을 포스터로 꾸며볼 수 있는 관람객 참여형 작품이다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이 무릉도원을 방문하는 꿈을 꾸고 그 내용을 안견에게 들려줘 그리게 한 ‘몽유도원도’. 조선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현재 일본에서 소장 중이라 보기 힘들다. 이 몽유도원도가 지난 6월 29일 서울시립미술관에 나타났다. 권하윤 작가의 신작 ‘그곳에 다다르면’을 통해 디지털로 부활한 몽유도원도는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변화하면서 색다른 무릉도원의 모습을 선사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전통 회화 작품과 디지털 미디어 신작을 나란히 소개하는 ‘디지털 프롬나드’ 전을 8월 15일까지 열고 있다. 소장품 4700여 점 중 ‘자연과 산책’을 키워드로 선별한 김환기, 유영국, 장욱진 등 거장들의 작품 30여점과 ‘미디어 아트’로 불리는 첨단기술을 이용한 젊은 작가들의 신작 10점을 나란히 소개한다. 즉 미술관 소장품과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작품들 사이를 자유롭게 산책한다는 콘셉트다. 전시명 프롬나드(promenade)는 ‘산책’이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신작들이 돋보인다. 음성인식, 인공지능 등 최신 미디어 기술을 총동원했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은 박기진 작가의 ‘공’이다. 지름 2.5m 구형 내부에 대형 스피커로 이뤄진 사운드시스템, 땀처럼 흘러내리게 하는 수증기 분사 시스템, 무소음 모터와 유압기를 이용한 진동 시스템, 그리고 참여 관람객들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집된 사운드를 수집, 가공해서 중계하는 IT 시스템이 내장됐다. 첨단 기술로 중무장한 구형을 통해 단지 하나의 존재로만 정의하기 힘든 사람들의 정체성과 함께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최신 첨단 기술을 작품에 끌어들여 미래의 인간과 사회, 기계 사이의 관계를 실험하는 작품도 있다. 조영각 작가의 ‘깊은 숨’은 로봇팔에 부착된 카메라로 관람객의 움직임을 포착한 뒤 이미 입력된 빅데이터 등과 결합해 5m 크기의 영상에 투사한다. 

인공지능이 이미지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색채와 패턴 등을 변형시킨 새로운 이미지가 생성되고, 관람객이 이미지 앞에 서면 전시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영상에 함께 투영되는 형태다. 인간과 기계가 결합해 새로운 미술을 탄생시킨 것이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소장품을 재해석한 신작들도 눈길을 끈다. 디자인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의 ‘포스터 제네레이터 1962-2018’이 대표적인 예다. 관람객들이 미술관 소장품 이미지를 하나의 새로운 포스터로 만들도록 한 관객참여형 작품이다.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사회와 그 속의 예술까지 살피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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