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햄스테드’ 노년에 사랑과 함께 찾아온 뜻밖의 횡재
영화 ‘햄스테드’ 노년에 사랑과 함께 찾아온 뜻밖의 횡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7.06 13:48
  • 호수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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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2007년 영국을 떠들썩하게 한 ‘할로스’ 사건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

철거 위기 처한 오두막 지키려는 노년 커플의 알콩달콩한 사랑 담아

무단으로 17년간 오두막을 짓고 살다가 땅 점유권을 인정받은 한 남자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은 서로 다른 배경에서 살아온 노년의 남녀가 서로를 인정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사진은 영화 속 한 장면.
무단으로 17년간 오두막을 짓고 살다가 땅 점유권을 인정받은 한 남자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은 서로 다른 배경에서 살아온 노년의 남녀가 서로를 인정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사진은 영화 속 한 장면.

2007년 한 노숙자가 영국을 발칵 뒤집는 사건이 벌어진다. 집 없이 떠돌던 해리 헨리 할로스는 햄스테드 북쪽지역의 한 숲에 들어가 남들이 버린 물건을 모아 집을 지어 17년을 살았다. 그러다 이 땅을 인수한 건설업자가 이를 발견해 퇴거 명령을 내렸지만 할로스는 거부했다. 이는 긴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는데, 12년 간 한곳에서 거주하면 점유권을 인정해주는 영국법 덕분에 할로스는 단숨에 30억원의 가치를 가진 땅의 주인이 됐다.

이 마법 같은 실화에 노년의 로맨스를 더한 영화 ‘햄스테드’가 7월 5일 개봉했다. 작품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에밀리’(다이안 키튼 분)와 ‘도널드’(브렌단 글리슨 분)가 강제 퇴거 위기에 놓인 도널드의 오두막을 지키는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의미를 발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에밀리는 겉보기엔 남편이 남긴 재산으로 아쉬울 것 없는 노년을 보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 남편이 재산보다 빚을 더 많이 남긴 것이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평생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인 그녀는 몇 푼이라도 벌어보자는 생각에 남편이 남긴 유품을 정리하던 중 그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음을 알게 된다.

상심에 빠진 에밀리는 마음을 추스르고자 낡은 상자에서 찾은 쌍안경으로 햄스테드 숲을 관찰하다 작은 오두막을 발견한다. 그 오두막은 부랑자로 알려진 도널드가 지은 것으로 재개발을 추진 중인 건설사는 도널드가 숲을 불법 점거했다며 쫓아내려 하고 있었다. 에밀리의 도움으로 도널드는 위기에서 벗어나고 두 사람은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숲에서 함께 낚시하고 상대방을 각자의 집에 초대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지지만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게 된다. 하지만 만남이 계속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호감을 갖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은 건설사를 상대로 도널드의 오두막 소유권을 주장하는 소송을 벌이게 된다.

영화의 제목이자 배경인 햄스테드는 영국 런던 북쪽에 위치한 마을로 영화 ‘노팅힐’ 속에 등장했던 지역으로 유명하다. 유명 예술가와 문인들이 사랑한 도시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한 폭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풍광과 싱그러운 자연이 화제가 되면서 런던 여행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영화는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남녀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그렸다. 부자 남편과 결혼했던 에밀리는 부유한 친구들과 활발한 사교활동을 하고 남들의 시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에 반해 도널드는 인간관계는 일절 만들지 않고 남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 정반대의 조건을 가진 그들이지만 사랑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와 에밀리와 도널드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평생 고립을 고집하던 도널드는 에밀리를 통해 17년 만에 마음의 문을 연다. 에밀리 또한 그동안 스스로를 괴롭혔던 삶에서 벗어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법을 깨닫는다. 

특히 노년의 연애를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그간 영화 속 노부부 혹은 황혼의 로맨스를 펼치는 남녀는 진중했다. 늘 자식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고 애정표현에 있어서도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마치 소년소녀처럼 천진난만하게 티격태격하며 가까워지는 모습으로 노년의 사랑을 다루면서 연애는 나이와 상관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에밀리로 분한 다이안 키튼은 특유의 매력을 마음껏 과시하며 작품에 활력을 준다. 감정에 따른 풍부한 표정과 여전히 낭만적이고 섹시한 음성 등 로맨스 연기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지닌 그는 우연히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인생까지 찾게 되는 에밀리의 캐릭터를 맞춤옷을 입은 듯 편안하게 소화했다. 

‘해리포터’ 시리즈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영국을 대표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여온 브렌단 글리슨은 도널드 역으로 생애 첫 로맨틱 코미디 주연을 맡았다. 그는 청년 시절 사랑의 상처로 인해 숲속 오두막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던 고집불통의 괴팍스러운 노인에서 우연한 계기로 만난 에밀리를 통해 닫혔던 마음을 열고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으로 변모해 나가는 과정을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담담한 연기로 잘 보여줬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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