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성교육에 발벗고 나선 어르신들
학생 인성교육에 발벗고 나선 어르신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7.13 10:44
  • 호수 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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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면 경로당이 예절학교 변신… 학교서 ‘예절교사’로 활약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대전 미르마을아파트경로당 등 매년 방학 때마다 충‧효‧예 교실 열어

경북 시군별 1개 초등학교 선정, ‘어르신과 함께 하는 예절학당’ 운영

최근 대전·충청권을 비롯 전국 곳곳에서 어르신들이 초등학생 인성교육 선생님으로 나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충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예절교실에서 한 어르신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최근 대전·충청권을 비롯 전국 곳곳에서 어르신들이 초등학생 인성교육 선생님으로 나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충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예절교실에서 한 어르신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대전 중구 서대전초등학교 4학년 이시영(10) 군은 1년 내내 학교를 다닌다. 7월 17일 여름방학이 시작됐지만 연이어 ‘여름학교’가 문을 열면서 분주해졌다. 다만 이 군이 다니게 될 여름학교는 일반학교와 다르다. 충‧효‧예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일명 예절학교인 것이다. 전문교육기관이 아닌 용두동에 위치한 미르마을아파트경로당이 교실로 활용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렇다고 허술하지 않다. 2013년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 예절학교를 열어 충‧효‧예 뿐만 아니라 제도권 교육이 등한시하는 한자까지 가르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군은 “할아버지 선생님에게 배우는 명심보감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겨울에 이어 또 듣게 됐다”고 말했다.

인성교육 부재로 인해 청소년 범죄가 심각해진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편을 잡은 어르신들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직접 학교에 방문해 교육을 하거나 경로당 등에 예절학교를 열어 강의를 진행하면서 인성교육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먼저 대한노인회 대전‧충북‧충남연합회는 시도교육청 등과 손잡고 다양한 인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경로당을 활용해 여름‧겨울 방학마다 독자적인 교육 내용을 가진 충‧효‧예 교실을 운영하면서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대전효문화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은 대한노인회 대전연합회(회장 이철연)의 경우 회원들 중 전통예의지도사를 양성한 후 효문화마을, 초등학교 등 관내 곳곳 파견해 꾸준히 예절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중구지회 미르마을아파트경로당 등서 운영하는 예절학교도 그 중 하나다. 

미르마을아파트경로당은 강사들도 화려하다. 초등학교 교장 출신인 이영우 감사와 도청 공무원 출신인 정지석 경로당 회장이 직접 선생님으로 나서 무료로 강의를 진행하면서 매 방학마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초등학교 개학 전까지 월‧화‧목‧금 하루 두 시간씩 진행되는 수업내용도 알차다. 선현들의 삶의 지혜가 담긴 ‘명심보감’을 교재로 해 자연스럽게 충‧효‧예를 가르치고 고등교육 과정에서 꼭 필요한 한자교육도 자연스럽게 진행하면서 실용성도 갖춘 것이다. 

정지석 회장은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다음에도 또 듣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 충남 아산시지회도 지회 차원에서 매년 예절학교를 열고 있다. 올해에도 오는 7월 25일부터 8월 1일까지 초등학생 및 중학생 140명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충·효·예 교실을 운영하는데 인성교육 뿐만 아니라 촌수계보알기, 청소년성교육, 국악교실, 심폐 소생술 교육, 전통다도예절 등도 함께 진행해 다양성도 갖췄다.

오치석 아산시지회장은 “충·효·예는 인간의 덕목 중 가장 기본이라는 내용으로 이번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인성적으로 바르게 성장해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예 학교에 어르신을 파견해 인성교육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할배할매의날을 운영하며 1‧3세대 간 소통을 강조하는 경북도는 도내 23개 교육청별로 ‘어르신과 함께 하는 예절학당’을 1개씩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예절교사로 선정된 어르신을 각 학교에 파견해 인성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경산압량초등학교는 매주 월요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꽃절편, 전통 다식, 화전, 장명루 등 전통음식과 장식품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예절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전통문화를 배우면서 그 가치를 깨닫고 자연스럽게 전통 예절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문현 교장은 “선조들은 마을 사람들을 위한 잔치를 열거나 귀한 손님이 올 때 오랜 시간 공들여 전통 음식을 만들어 대접했는데 이 속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면서 “예절학당을 통해 학생들이 이를 비롯해 우리 문화와 전통예절을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인일자리와 결합해 1석2조 효과를 노린 곳도 있다. 경북 청송군은 청송시니어클럽과 손잡고 ‘훈장님과 함께하는 충효의(忠孝義)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48명의 어르신이 훈장으로 나서서 유복 착용 및 배례법 등을 알려주고 지역문화탐방, 전통놀이 및 공예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해 집중력을 높였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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