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성분 든 고혈압 약 115개 판매중지 파문, 환자들 “오래 복용했는데…이럴 수가”
발암성분 든 고혈압 약 115개 판매중지 파문, 환자들 “오래 복용했는데…이럴 수가”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8.07.13 10:46
  • 호수 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시대=조종도기자]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 쓴 제품…무료로 재처방, 교환

식약처는 발암 유발 물질을 함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혈압 치료제 115개 제품의 판매와 제조를 중지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외래 진료실 앞에 식약처의 고혈압약 판매 중지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식약처는 발암 유발 물질을 함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혈압 치료제 115개 제품의 판매와 제조를 중지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외래 진료실 앞에 식약처의 고혈압약 판매 중지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수로 어르신(73)은 지난 7월 9일 오전 TV뉴스를 보다 깜짝 놀랐다. 발암물질이 들어간 고혈압 약이 발견됐다는 굵직한 TV자막을 본 것이다. 고혈압 약을 10년 넘게 복용해온 김 어르신은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약 봉지에 씌어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 자신이 먹는 혈압약이 문제가 없는지 물었다. 다행히 금지된 약이 아니라는 답변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뭔가에 속아 넘어간 기분이었다. 김 어르신은 애꿎은 약사에게 볼멘소리를 하고 말았다. “혈압을 관리한다고 오랫동안 귀찮은 것을 마다않고 약을 먹어왔는데, 아 그게 암 걸려 죽게 만들 수도 있는 약이라고 생각하니 약이 오른다니까.”

고혈압 환자들을 놀라게 한 ‘발암물질 함유 고혈압 약’ 파문이 잦아들고는 있지만, 고령자를 비롯한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월 7일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는 원료의약품 중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라는 불순물이 확인돼 제품 회수 중임을 발표함에 따라 해당 원료를 사용한 국내 제품에 대해서도 잠정적인 판매중지 및 제조·수입중지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판매가 중지된 제품은 219개(82개사)에 이르렀다.

식약처는 이후 219개 제품을 점검한 결과 104개 제품은 중국산 ‘발사르탄’을 함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9일부터 이 제품들의 판매중지는 해제했다. 이에 따라 계속 판매가 금지되고 있는 제품은 115개 제품(아래 그림)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잠정 판매중지된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받아 복용 중인 환자는 9일 현재 17만8500여명이다.

발사르탄은 본래 스위스 제약회사인 노바티스가 개발한 성분으로 ‘디오반’이라는 제품명으로 판매된다. 

2012년 특허가 만료되며 수백 개의 복제약(제네릭)이 등장했는데, 이번에 문제된 것은 중국의 화하이사에서 만든 발사르탄으로 국내 전체 물량의 2.8%를 차지한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IARC)가 사람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한 물질이다. 주로 사람이나 동물의 간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산 발사르탄 제조과정에 이 물질이 불순물로 들어간 것이다.

식약처의 판매중지 처분 소식이 널리 알려진 9일에는 병원과 약국마다 문의가 쏟아졌다. 자신이 먹는 고혈압 약이 안전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또 고혈압약 판매중단 조치 소식에 식약처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서울 강서구 발산역 부근 G약국의 약사는 10일 “오늘도 여러 통의 문의전화를 받았는데 다행히 모두 해당되지 않았다”면서 “인근 N내과에서 투석치료를 받고 있는 한 환자가 해당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다른 혈압 약으로 교환해 갔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번에 문제가 된 약을 처방받은 환자들이 비용 부담 없이 다른 약으로 교환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종전에 처방을 받은 병·의원이나 조제한 약국을 방문하는 경우 문제가 없는 다른 고혈압 치료제로 다시 처방과 조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처방일수는 기존 처방 중 남아있는 기간에 한해서 가능하다.

환불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혈압 약은 고혈압 치료를 위해 지속적으로 복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기관에 복용 환자 명단을 제공하고 의료기관에서 환자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세부사항은 식약처 홈페이지(mfds.go.kr)의 ‘알림/공지’나 이지드럭 (ezdrug.mfd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식약처 대표 블로그(blog.naver.com/kfdazzang)나 페이스북(facebook.com/mfds)을 이용해도 된다.         

조종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