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노화의 비결
성공적인 노화의 비결
  • 김문종 차의대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 승인 2018.07.13 11:28
  • 호수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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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 [70]

“의사 선생, 그간 잘 지냈습니까?” 진료실에 들어서며 늘 힘주어 인사를 건네는 아흔넷의 김팔팔 어르신은 멋쟁이다. 귀가 조금 어두워 목소리를 높여야 하지만 세월의 경륜을 느끼게 해주는 흰 머리카락과 얼굴의 주름은 오히려 어르신을 멋스럽게 느끼게 한다. 
아흔이 넘은 연세에도 이제 막 칠순을 넘긴 모습으로 보이는 건 그에게서 느껴지는 삶의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 보따리를 펼치시려나? 고혈압약, 당뇨약 잘 챙겨 드시냐는 의사의 질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다 떠나고 몇 명 안 남았다며 얼마 전 만난 동창생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수많은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잘 늙는다는 것(성공적인 노화)은 무엇일까 고민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잘 늙을 수 있을까’ 질문을 던져본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반세기 동안 이미 수많은 연구들이 행해졌지만 여전히 뾰족한 해답은 없다.
초기에는 생물학적‧의학적인 관점에서 성공적인 노화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했다. 만성질환이나 장애 등의 신체적 건강 문제들이 성공적인 노화를 방해하는 요인이라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몸만 건강하다고 잘 늙었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이란 정신과 육체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된 사회적 인격체다. 때문에 성공적인 노화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신체적인 건강,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이후 단점을 보완해 성공적 노화를 보다 넓은 개념으로 정의했는데, 질병과 만성질환의 위험요인이 없고, 높은 신체기능 및 인지기능을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삶의 생산성, 자율성, 사회성이 지속되는 상태를 성공노화라고 했다. 이것이 성공노화의 고전적인 모델이다. 
후에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이 추가되면서 잘 늙는다는 것은 노인들이 각자의 삶에 대해 만족하며 사회적으로 참여하고 개인적 성장에 의미를 두는 등 심리적인 측면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됐다. 
대규모 생애장수 연구에서 보이는 성공적인 노화의 비결은 인류학적‧심리학적‧사회학적‧보건학적인 여러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연구들에서 밝혀진 성공적인 노화를 결정짓는 요인은 타고난 유전 요인과 생활습관들, 삶에 대한 용기와 인내, 건강한 삶의 적응력 등으로 요약된다. 
내재적 유전 요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 요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에서는 특히 운동, 금연, 적정음주, 위기관리, 즐거운 결혼생활, 체중관리의 6가지 생활습관을 강조했다. 
삶에 대한 용기란 삶에 대한 적응력으로 갈등상황에서 인간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보호하고 인내함으로써 삶을 성숙시켜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결국 삶의 역경들을 잘 이겨내 극복하는 삶의 적응력과 건강한 생활습관이 성공적인 노화의 비결인 셈이다. 
90 평생을 살아온 김팔팔 어르신에게는 분명 그만의 비밀이 있지 않을까 싶어 나는 어르신에게 여쭙는다. 
“어르신처럼 멋있게 나이 드는 비결이 뭔가요?” 어르신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씀하신다. 90 평생 지내오며 누구에게도 짐 안 되려 노력했고, 자식들 잘 키우려 열심히 살았다고.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친구들 만나 하고 싶은 얘기, 먹고 싶은 것 먹으며 잘 살고 있다고. 
“물론 의사 선생이 시키는 것도 잘 따라 했지. 가지고 있는 병 열심히 치료하려고 약도 먹고 담배도 끊고. 이게 잘 늙는 것 아니겠나, 의사 선생?”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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