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준비를 못한 노인 배려하는 나라
노후 준비를 못한 노인 배려하는 나라
  • 정용쇠 서울 은평구
  • 승인 2018.07.13 11:38
  • 호수 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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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이는 세월의 훈장이라고 했다. 그만큼 노인이 인정받고 대우를 받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엔 조금 다른 것 같다. 나이가 훈장이 아닌 상처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늙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택시 탑승을 거부당하고 식당, 카페에서 물 흐린다고 쫓겨나는 노인들도 있다. 물론 이런 행동을 벌이는 사람이 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런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노인들의 가슴엔 커다란 흉터가 남는다.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도 마찬가지. 지하철 노선의 만성적자로 65세 이상의 무임승차가 늘 거론되면서 젊은이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그 심정은 이해간다. 교통약자석이 사실상 경로석이 돼 앉지도 못한 채 움직일 틈도 없이 비좁은 칸에 갇힌 채 출퇴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직장이 없는 노인들에게 지하철 기본요금인 1200원도 큰돈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한민국과 함께 성장하고 늙은 대부분의 70~80대 노인들은 부모를 부양하고 자식들을 키우느라 노후 대비를 거의 못했다. 막연하게 자식세대들이 돌봐줄 것이라 믿었다. 노후 준비라는 개념조차 희미했다. 여든이 넘은 필자도 마찬가지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렇게 오래 살지 몰랐다며 자신을 위해 돈을 더 모으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이 모든 원인은 급격한 고령화와 장수다. 노인들이 넘쳐나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직장인들 입장에서 자신은 돈을 내고도 서서 가는데 돈을 내지 않는 노인들이 편하게 앉아 가는 것을 부당하게 느끼는 것이다. 세계 어느 국가도 경험하지 못할 정도로 나라가 빠르게 늙어버리면서 수백년간 한반도를 지탱해온 경로효친 사상이 급격하게 흔들고 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인류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우리나라의 생명수를 효라고 극찬했다. 토인비가 살아 있다면 아직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더 이상 대한민국은 동방예의지국이 아닌 동방불경지국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오래 산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라 느껴진다. 이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무너진 효의 근간을 다시 세우고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노인에 대한 인식개선운동과 함께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의무적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노후 준비가 덜 된 노인에 대해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노인과 젊은 사람들이 서로 적대시하는 마음을 버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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