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산책]환골탈태
[디카시산책]환골탈태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8.07.13 11:40
  • 호수 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골탈태

내가 나를 낳는다

진땀이 흐르고 혼몽하다

거듭 태어나는 건 이렇게 힘든 일

 

날개는 아무도 달아주지 않는다

스스로 고통의 눈물이다

조영래(시인)

**

우리는 지금 눈앞에 놀라운 광경을 목도하고 있다. 매미가 탈피를 하기 위해 땅위로 나올 때는 주로 그믐을 택해서 나온다고 한다. 천적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매미는 대범하게도 한낮을 택하였다. 순간, 나의 숨이 멎는다. 7년의 고행 끝에 드디어 매미가 땅속을 나와 다시 한 번 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는 순간이다. 진정한 환골탈태다. 

어미는 땅속에 나를 낳아놓고 숨을 거두었지만, 나는 스스로 살아내며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와 나를 찢고 날개를 편다. 아무도 달아주지 않았지만 있는 힘껏 날개를 펴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리라. 그리고 여름 한 철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내리라. 그것이 나의 숙명이고 내가 부여받은 소임 아닌가. 목이 터져라 외치며 나의 존재를 알리고 한 톨의 후회도 없이 온 몸에 여름만을 기억하리라. 나는 가을을 모른다. 이 순간부터 보름간이 내가 누리는 전 생애다.    

글=이기영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