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새 문화공간으로 떠오르는 지역별 ‘영상미디어센터’
노인들의 새 문화공간으로 떠오르는 지역별 ‘영상미디어센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7.13 13:48
  • 호수 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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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편집 등 영상제작에 관한 모든 것 알려줘요”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의정부 등 전국 40여곳에서 운영… 각종 강좌 개설, 장비대여 등 지원
간편한 편집 프로그램 활용법 등 노인 특화강좌로 알기 쉽게 가르쳐
 
"노인들이 자서전을 많이 쓰는데 저는 글재주가 없어서 영상으로 만들었어요."
지난 7월 9일 경기 의정부영상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명기(70) 어르신은 자신이 만든 영상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영상 속 김 어르신은 자신이 살아온 우여곡절 많은 삶을 이야기했다. 마치 한 편의 짧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편집부터 자막까지 군더더기가 없었다. 놀랍게도 이 모든 과정을 주변 도움 없이 김 어르신 혼자서 한 것이었다. 김 어르신은 “의정부영상미디어센터에서 꾸준히 배운 덕분에 웬만한 영상은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국 40여개 지역에서 지자체의 지원 아래 운영 중인 미디어센터가 노인들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동영상 촬영은 물론 편집, 자막 삽입까지 영상제작에 관한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관련 장비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대여해주면서 이에 관심이 많은 시니어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의정부영상미디어센터를 비롯 각 지역별 미디어센터는 지역 시민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영상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장비 및 공간 대여, 영화 상영, 지역의 영상미디어 관련 단체와 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 즉, 영상을 만들고 싶다면 미디어센터를 방문하면 한 번에 해결된다.
 
의정부영상미디어센터의 경우 DVD 감상실과 1인 미디어존, 영상 스튜디오, 영상 편집실, 라디오 스튜디오, 일반 강의실과 디지털 강의실, 상영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용료도 저렴한데 일반 강의실을 1시간 임대할 경우 3000원의 사용료만 지불하면 되고 DVD 감상실과 동아리방 등은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방송장비와 캠코더 등 각종 영상장비 역시 프로그램 이수자에 한해 대여가 가능한데 1일 최소 2000원에서 최대 2만원까지 최소한의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영상제작에 관심 있는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다. KBS, MBC, SBS 등서 프로그램 연출을 맡았던 PD를 비롯한 전문가들로 강사진을 꾸렸고 8주차 강의를 기준으로 1~2만원만 내면 수업을 들을 수 있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65세 이상인 경우 50%로 할인해주고 무료로 운영되는 수업도 있다.
영상미디어센터는 이름 때문에 노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젊은 사람 못지않게 시니어들에게 인기가 많다. 전체 이용자 중 30% 이상이 65세 이상인 것이다.
 
의정부영상미디어센터 관계자는 “사진 촬영 강좌에 참여하는 분 중에 97세, 93세 어르신도 있다”면서 “60세 이상 이용자가 가장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다만 접할 기회가 적다보니 젊은 사람보다 노인들의 기초 실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교육에 참여하는 어르신 중 대부분이 초보자에 가까웠다. 이를 위해 의정부영상미디어센터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특화 강좌를 열고 보다 다루기 쉬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수업을 운영한다. 가령 편집 프로그램의 경우 전문가용인 ‘프리미어CC’ 대신 세세한 기능은 적지만 손쉽게 익힐 수 있는 ‘파워디렉터15’를 활용하는 식이다. 기초과정을 이수한 후 추가적으로 배우고 싶은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중급‧고급 과정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대표적인 특화 강좌가 ‘이팔청춘 스마트영상제작’이다. 현재 5기 교육을 진행 중인 강좌는 기수별로 20명씩 강의를 수강해 총 100여명을 배출했다. 8주차 강의로 이뤄지는 수업에서는 미디어 파일 삽입, 영상 자르고 분할하기, 자막‧타이틀 넣기 등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편집 기술을 익히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자전적 영상 또는 동네 홍보 영상 제작 등을 최종 목표로 제시해 수강생들의 열의를 북돋았다. 이로 인해 기수별로 이탈자가 거의 없고 김 어르신처럼 수료 후에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 중급, 고급 강좌를 들으면서 스스로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이에 센터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30초 영화제에 도전하는 ‘시니어 영화제작소’ 강좌도 개설해 어르신들의 영상 제작 활용 폭을 넒히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노인 수강생들은 처음에 습득이 느리지만 대부분 끈기가 있어 한 번 고비를 넘기면 지속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문화체육관광부도 2015년부터 ‘노인영상미디어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지역별 미디어센터가 원활하게 수업을 개설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는 부천시민미디어센터 등 12곳이 선정돼 400~70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 받아 관련 강좌를 열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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