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틀니에 배회감지 장치…치매어르신 실종 예방, 점점 첨단화
신발, 틀니에 배회감지 장치…치매어르신 실종 예방, 점점 첨단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7.20 10:37
  • 호수 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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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일산동구, 자동위치추적 장치 부착한 신발 보급

[백세시대=배성호기자]

구영남(가명‧76) 어르신은 최근 경기 일산동구 보건소로부터 구두 한 켤레를 선물 받았다. 구 어르신이 베이지색에 벨크로(찍찍이)가 달린 새 신을 신고 걷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더 환영한 건 구 어르신의 아들이었다. 어머니의 모습과 스마트폰을 번갈아 바라보던 구 어르신의 아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환하게 웃었다. 구 어르신의 아들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집을 못 찾아서 잃어버릴까 걱정됐는데 스마트폰으로 위치 확인이 되는 ‘꼬까신’ 덕분에 걱정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배회감지기가 장착된 스마트 슈즈 ‘꼬까신’
배회감지기가 장착된 스마트 슈즈 ‘꼬까신’

최근 치매노인 실종 사건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해 첨단 기술을 활용한 아이디어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 단순하게 인식표를 부착하는 것을 넘어 스마트 슈즈부터 CCTV 영상분석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치매노인 배회 및 실종 방지에 나선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치매노인 실종신고는 2013년 7983건에서 지난해 1만306건으로 5년 동안 증가 추세를 보였다. 치매노인은 이동경로가 일정하지 않고 앞만 보고 가는 경향이 있어 일반성인보다 사고 위험이 훨씬 높고 실종신고를 받아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일산동구는 고양지식산업진흥원과 ㈜스마트메디칼디바이스와 손잡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꼬까신’ 보급에 나섰다. 자동으로 위치를 추적해주는 장치를 탑재한 ‘꼬까신’은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보호자에게 알람을 제공, 치매 어르신의 실종을 방지한다.

저전력 방식을 사용해 배터리 1회 충전 시 3일간 사용이 가능하다. 또 자가발전 충전 기능을 통해 방전 후에도 1시간 보행 시 충전이 돼, 보호자에게 메시지 위치 전송이 가능해서 기존 배회감지기의 단점도 보완했다. 

고양시는 꼬까신은 다른 지자체에도 시범 보급하고 사용자들과 보호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 성과 분석 후 본격적으로 제품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일산동구 보건소 안선희 소장은 “치매 어르신들과 가족들의 만족도 분석 등 의견을 수렴해 꼬까신을 보완, 치매로부터 안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앞장서겠다”라고 전했다.

정부 부처도 치매배회 방지 및 실종사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과학기술정통부는 스마트 SOC(사회간접자본) 선도 프로젝트를 통해 치매환자 신변 보호 등 3개 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우선 정부는 관제센터의 CCTV가 생성하는 영상 정보를 심층 학습으로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파악해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해당 시스템이 개발되면 길을 잃고 배회하는 치매환자나 실종 치매노인 수색 등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틀니에 ‘스마트 디지털 칩’을 부착해 치매 노인의 실종을 막는 기술도 개발됐다. 치기공업체인 스타일치과기공은 최근 틀니에 부착 가능한 ‘스마트 디지털 칩’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근거리 무선 통신(NFC) 기능을 통해 틀니를 조회하면 주소 및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알 수 있다. 기존에 사용됐었던 목걸이형 제품 등은 분실의 우려가 있지만 틀니에 부착하는 제품은 이 같은 단점을 극복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드론(초경량비행장치)을 활용한 수색 방법은 실제 구조에도 성공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지역별 경찰서별로 독자적으로 관내 관련 동호회와 손잡고 드론 수색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실제 성과로도 나타난 것이다. 지난 4월 전남에서 한 치매 어르신이 산 정상에서 고사리를 캐다 탈진한 사건이 벌어졌는데 신고를 받은 경찰이 업무협약을 맺은 드론 동호회에 곧바로 도움을 요청했다. 이어 드론 동호회원 2명과 함께 어르신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야산 일대에 드론 2대를 띄워 수색에 나섰고 1시간 50여분만에 산 정상 가시덤불 쪽에 쪼그려 있던 어르신을 발견해 구조에 성공했다.  

진도경찰서 관계자는 “경찰 인력만으로 수색했더라면 시간이 오래 걸려 골든타임을 놓쳤을 수도 있다”면서 “치매 어르신 실종자 수색과 재난·재해 사고 발생 시 인명 구조 활동에 드론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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