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노리는 절도범 많아… 보안대책 마련 필요
경로당 노리는 절도범 많아… 보안대책 마련 필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7.20 14:23
  • 호수 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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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야간에 사람 없는 점 악용… 경로당 시건장치 관리에 좀더 신경을

충북 청주선 40대 남자 수년간 경로당 난입해 노인들에 폭언‧폭행도

최근 경로당을 대상으로 한 절도 범죄가 많이 발생해 시건장치 관리 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음성군 지역 경찰이 경로당을 방문해 범죄예방 교육을 하는 모습.
최근 경로당을 대상으로 한 절도 범죄가 많이 발생해 시건장치 관리 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음성군 지역 경찰이 경로당을 방문해 범죄예방 교육을 하는 모습.

“그 사람 때문에 경로당 문을 아예 닫는 것도 고민했어요.”

지난 7월 10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충북 청주 A경로당의 B어르신의 목소리는 여전히 불안했다. 몇 년 간 경로당을 대상으로 벌어진 무자비한 폭행만 생각하면 여전히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동네주민 40대 C씨가 술만 취하면 경로당에 찾아와 폭언을 하며 행패를 부렸던 것이다. B어르신은 “달래도 보고 경로당도 임시로 폐쇄해보고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경로당을 대상으로 벌이는 범죄가 늘어나면서 회원들의 각별한 주의와 함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야간에 사람이 없고 출입문 관리를 허술하게 하는 것을 악용해 절도행각을 벌이거나 개방된 경로당에 들어가 폭언을 일삼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경로당을 대상으로 많이 벌어지는 범죄는 절도다. 경로당 회원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심야시간을 악용해 경로당을 터는 사건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7월 5일 심야에 부산과 울산, 김해 일대의 경로당을 돌아다니며 금품을 훔친 40대 상습범이 경찰에 구속됐다.

박모(34) 씨는 지난 4월 22일 자정 무렵 금정구 부곡동의 한 경로당에 침입해 현금 등 8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간 혐의를 받아 부산 금정경찰서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결과 그는 지난달 초순까지 부산, 울산, 김해 일대 경로당을 돌며 이 같은 방법으로 14회에 걸쳐 31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주목할 점은 그의 범죄 수법이다. 박 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우편함 등지에 공용열쇠를 보관하고 있는 경로당을 찾아 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창원에서도 비슷한 사건을 벌인 범죄자들이 실형을 받았다. 이들은 경로당에 TV, 공기청정기 등 고가의 전자제품이 많은데다가 야간에는 회원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지난 1월부터 창원시 의창구, 성산구, 진해구 경로당 5곳에 침투해 대범하게 절도행각을 저질렀다. 

물론 지자체 차원에서 방범용 CCTV를 달고 창문열림경보기를 설치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지만 정작 경로당 이용자들의 부주의로 벌어지는 사건이 많아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후에 경로당 문을 닫을 때 창문을 비롯한 모든 출입문을 확실히 잠그고 우편함이나 화분 아래 등 노출된 공간에 절대 열쇠를 보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각종 범죄유형별로 맞춤형 예방대책을 마련해 이를 경로당에 적극 홍보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치안정책연구소 생활안전대책연구실 유지운 책임연구관은 “노인들의 경우 신체적 이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지리에 밝지 못하다는 점, 청장년과 비교해서 교육에 대한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 적극적인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입이 자유로운 경로당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주의가 요구된다. 현재 서울‧경기를 비롯 전국적으로 경로당을 주민에게 개방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도시 경로당의 경우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사실상 누구나 드나들도록 개방했다. 이로 인해 나쁜 의도를 가지고 경로당에 접근하더라도 어르신들의 초기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청주의 A경로당도 수년간 C씨에 시달리다 참다못해 지난해 9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다음 날 술에서 깬 C씨가 경로당에 찾아가 다신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쓰며 용서를 빌었고 경로당도 그의 사과를 받아들여 고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뿐이었다. 이후에도 술에 취하면 경로당에 찾아가 난동을 부렸고 노인들은 지역주민이란 이유 때문에 어르고 달래며 참고 넘어 갔다. 그러다 사건이 커진 것은 올해 5월부터다. 만취한 C씨가 폭언뿐만 아니라 노인들을 구타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겁에 질린 노인들은 급기야 경로당을 며칠간 폐쇄했지만 다시 문을 연 5월 22일 C씨가 또 찾아와 회원인 D어르신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결국 경로당은 C씨의 폭력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피해 노인들의 진술과 경로당 주변 CCTV를 분석해 이달 초 C씨를 체포했지만 어르신들의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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