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캉스’의 계절… ‘정치인의 식탁’ 등 읽다 보면 더위 ‘싹’
‘북캉스’의 계절… ‘정치인의 식탁’ 등 읽다 보면 더위 ‘싹’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7.20 14:30
  • 호수 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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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추천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베토벤 등 다룬 ‘예술의 사생활’ 흥미진진… 음식 주제 책도 추천 많아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 ‘나의 첫 번째 과학공부’ 등 읽어 볼만

최근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도 관심가질만

이제는 가을이 아닌 여름을 ‘독서의 계절’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적절한 온도로 놀러 다니기 좋은 가을보다 폭염으로 외출이 어려운 여름에 실제로 책을 더 많이 읽는 것이다. 이는 판매량으로도 잘 나타난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17년 6월1일~2018년 5월31일) 온·오프라인 월별 도서 판매 비중은 신학기 학습서 구매 효과가 큰 3월(10.9%)과 선물 수요가 늘어나는 연말(12월 9.3%), 연초(1월 9.1%) 다음으로 여름 휴가철인 7월(8.9%)과 8월(8.8%)의 판매 비중이 컸다.

실제로 몇 해 전부터는 북캉스(북+바캉스)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멀리 여행을 나가지 않고 집이나 동네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 여행지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국립중앙도서관은 본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100권을 선정해 발표했다. 휴가철 도서 100선은 국립중앙도서관 사서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매월 추천한 도서 중 휴가에 어울리는 책 80권과 서평 전문가 4명이 추천한 책 20권으로 구성됐다. 문학‧심리학‧자기계발‧사회경제‧자연과학‧기술생활과학‧인문예술‧역사지리 등 8개 분야로 구성해선택의 폭을 넓혔다. 

먼저 여권신장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을 반영하듯 전 분야를 통틀어 여성주의의 목소리를 담은 책들이 다수 선정됐다. 한 인도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그들이 어떤 차별을 받아왔고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갔는지를 다룬 장편소설 ‘세 갈래 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추천한 책으로도 유명하고 흑인 노예 소녀가 미국의 농장을 탈출하는 여정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은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등은 여성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음식을 주제로 한 책이 다수 선정된 것도 눈길을 끈다. ‘빵 와인 초콜릿’은 빵, 와인, 초콜릿의 다양하고 숨겨진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식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식습관의 인문학’은 고열량, 고지방 음식으로 인해 비만과 맹렬히 싸워야 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식습관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매혹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정치인의 식탁’은 나폴레옹, 간디, 처칠 등 세계사에서 중요한 정치인 33명을 선정해 그들의 식탁에 담긴 정치적 상황과 정치스타일, 정치적 메시지를 재밌게 풀어낸다. 기술생활과학 도서인 ‘그때 맥주가 있었다’는 유럽인의 각별한 맥주 사랑을 되짚으며, 역사 속에서의 다양한 사회변혁과 경제활동이 맥주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자세히 소개한다.

인문예술 분야에선 ‘예술의 사생활’을 눈여겨볼만하다. 베토벤 등 예술가들의 지극히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파편들을 모은 에피소드 모음집으로, 역사에 가려질 뻔한 작품들이 사소한 계기로 명작으로 바뀐 이야기 등 흥미진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처음 완성된 순간부터 명작으로 인정받은 예술품은 생각보다 드물고 오히려 예술의 아우라 뒤에 감춰진 통속성이야말로 작품의 가치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퍼즐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은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1·2’를 집어 들면 좋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부모가 자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풀어쓴 책이다. 가령 이순신 이야기의 경우 거북선을 타고 일본군을 무찌르는 성웅의 모습이 아니라, 아들을 잃고 통곡하는 아버지의 슬픔, 부하도 무기도 없는 해군 총사령관으로서의 어려움을 들려준다. 

인간과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아주 오래되고 완고한 편견에서 벗어나는 여정을 흥미롭게 펼쳐놓은 ‘나의 첫 번째 과학 공부’도 어르신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주요 과학 분야인 생물학, 천문학, 박물학, 역학의 핵심을 형성하는 중요 개념과 그 개념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도 알려준다. 흔히 과학은 사유가 부족하고, 인문학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책은 과학적 지식 위에 인문학적 질문을 쌓아 올리며, 어떤 한 분야에 눈과 귀를 묶지 않고 다양한 사고로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높인다.

서평 전문가 추천도서 중엔 ‘섬에 있는 서점’이 읽어볼 만하다. 앨리스 섬에 있는 작은 서점 ‘아일랜드 북스’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책방 주인 피크리는 사고로 아내를 잃은데다 날로 서점 운영이 어려워진다. 탐정소설, 고아가 나오는 어린이책, TV 리얼리티쇼 스타의 대필소설, 뱀파이어물 등 팔리는 책들을 서점에 들여놓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그의 건조하고 편협된 삶에 놀라운 꾸러미 하나가 도착하면서 그의 삶은 예기치 못한 방향을 향해 항해를 시작한다. 책을 둘러싼 세상에 관해 아기자기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읽는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모비딕, 수용소 군도, 사자와 마녀와 옷장 등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는 대화를 따라 가는 것, 단편소설을 좋아하는 피크리가 쓴 리뷰를 엿보는 것 역시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

지난달 말 발간돼 추천 목록에는 빠졌지만 출간 동시에 압도적인 베스트셀레에 오른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도 휴가철 독서 목록에 올려볼 만하다. 실제 벌어진 사건을 중심으로 다룬 기존 책들과 달리 사마천, 에드워드 H. 카 등 내로라하는 역사가들과 그들의 대표 저서를 통해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유시민 특유의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통해 가독성을 높여 다소 지루할 할 수 있는 역사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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