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안심센터, 조기 검진만 하다 끝난다”
“치매안심센터, 조기 검진만 하다 끝난다”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7.27 10:19
  • 호수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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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안심센터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서 “역할 재정립” 지적 많아

[백세시대=이영주기자]

“취약계층 지원에 더 집중… 정밀검진, 일대일 맞춤관리까지 해줘야 

의료기관‧요양기관과의 연계가 잘 안돼… 지역별 특성도 고려를”

현 정부의 국정 과제인 치매국가책임제에 따라 치매안심센터가 전국 256개 보건소에 개소됐다. 운영 7개월을 맞아 문제점은 없는지 의료계 전문가들이 토론회를 열고 의견을 나눴다.
현 정부의 국정 과제인 치매국가책임제에 따라 치매안심센터가 전국 256개 보건소에 개소됐다. 운영 7개월을 맞아 문제점은 없는지 의료계 전문가들이 토론회를 열고 의견을 나눴다.

지난해 12월 전국 256개 보건소에 개소된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운영 현장에 혼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 전문가들은 치매안심센터가 조기 검진을 줄이는 등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지난 7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치매안심센터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다. 이 자리에서 치매 조기 검진 대상자 축소,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센터 운영, 신경과 전문의 육성 등의 의견도 제기됐다.

◇조기 검진 대상자 정비 필요 

치매안심센터는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치매 선별 및 진단 검사를 무료로 실시하고, 개인별 상태에 따라 건강 프로그램을 안내하거나 서비스기관을 연계해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치매 환자 등록 관리, 인식개선 사업, 치매 단기쉼터, 환자 가족들을 위한 공간인 ‘치매 카페’ 등을 운영한다. 

치매통합관리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치매안심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센터 개소까지 준비 기간이 짧았던 탓일까. 치매국가책임제 선언 1년, 전국적 치매안심센터 운영 7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에 여러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치매안심센터에서 가장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조기 검진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조기 검진 대상자를 새로 정비하고, 센터가 조기 검진자를 늘리기 보다는 의료기관‧요양기관과의 연계, 사례관리, 정책 홍보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지향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강서구 치매지원센터장)는 “서울시에서 조기 검진한 사람이 10년간 총 18만6000명인데, 이 중 4.3% 정도인 8300명만 치매 진단을 받았다”며 “무증상 고령인구에 대한 무작위 검진보다는 센터를 찾아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 위주로 검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은향 서울시립 서북병원 신경과 과장(은평구 치매안심센터장)은 65세 이상 노인 중 취약계층과 취약계층이 아닌 계층을 구분해 조기 검진을 다르게 실시할 것을 제언했다. 취약계층이 아닌 노인의 경우에는 센터에서 간단한 선별 검사를 통해 치매가 의심되면 지역사회 병‧의원으로 연계하고, 취약계층 노인의 경우에는 선별 검사에 이어 정밀 검진까지 센터에서 실시한 후 병‧의원으로 연계해 주자는 것이다. 

현장에서 무분별한 조기 검진에 대한 불만은 상당히 컸다. 실적 압박으로 센터가 조기 검진에만 신경을 쓰면서 의료기관‧요양기관과의 연계, 일대일 맞춤 관리 등은 소홀한 면이 있는데, 이 부분이야말로 치매안심센터가 집중해 줘야 할 사항으로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진태 경남 합천병원 신경과 과장(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은 “처음 제도를 만들 때는 지역 의료기관, 요양시설과 연계하겠다는 말이 나왔었는데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며 “검사에만 집중하지 말고 일대일 맞춤으로 관리해 서비스를 연계해 가는 쪽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건우 고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서울 강북구 치매안심센터장)는 “조기 검진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치매안심센터와 정책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며 “전국 치매안심센터가 조기 검진을 ‘측정해야 할 성과’로 보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별 특성 고려 해야

치매안심센터는 서울시에서 운영한 치매지원센터를 모델로 전국에 설치됐다. 그러나 서울시 모델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격차, 인력 수급의 편차, 이동 수단의 부재 등 지역별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일부 지방에선 치매안심센터의 원활한 운영이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다. 

박환석 제주 서귀포의료원 과장(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은 “긴 시간을 소요해 출장검진을 가서 약을 처방해주더라도 동네약국이 없어 환자는 한참을 나와야 한다. 약을 먹어야 증세가 좋아지는 것인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복약순응도도 크게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복약순응도란 환자가 의료진의 충고나 지시에 따라 처방받은 약을 정확하게 복용하는 정도를 말한다.

박 과장은 “지역 특성에 맞게 치매안심센터를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센터와 협력병원이 공생관계를 이루고, 환자 거주지 주변의 병‧의원들 협력을 통해 복약순응도를 향상시킬 시스템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태 경남 합천 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도 “지역별로는 특성에 맞게 환자 유치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현장의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유관기관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조충현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장은 토론회에서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지역별 특성에 맞게 적극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자체 및 의료기관과 협력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영주 기자 y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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