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인명‧농축수산물 피해 증가… 자연재난 포함 계기, 철저 대처를
폭염에 인명‧농축수산물 피해 증가… 자연재난 포함 계기, 철저 대처를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8.07.27 10:28
  • 호수 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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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장기화 되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농축수산물 피해는 늘고 있으며, 전국 하천에는 녹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아스팔트가 녹아내리고 한 가정집에서는 베란다에 두었던 달걀이 자연 부화해 병아리가 태어나는 등 이상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역사에 남을 만큼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24일 경북 의성의 낮 기온은 39.6도를 기록했다. 이는 현대적인 기상관측 장비가 도입된 20세기 초반 이래 역대 기록 관측상 전국 5위에 해당한다. 공식기록은 아니지만 같은 날 경북 영천(신녕)과 경기 여주(흥천)의 낮 최고기온은 40.3도까지 치솟았고, 26일 경북 경산(하양)에선 40.5도를 찍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캐나다, 알제리, 노르웨이, 일본 등 거의 전 대륙에서 역대 최고기온이 발표되고 있다. 23일 일본에서는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기온인 41.1도가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에서 측정됐다. 대만도 9일 역대 최고인 40.3도를 기록한 바 있다. 북극권으로 불리는 핀란드와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도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이상고온 현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마솥 더위로 탈진하거나 열사병에 걸린 온열질환자는 23일 기준으로 13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14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대부분은 논·밭, 작업장 등 야외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뿐 아니라 농축수산물의 피해도 큰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5일 오전 9시 현재 전국에서 217만7200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종류별로는 닭이 204만2400마리로 가장 많고, 오리 10만4800마리, 메추리 2만마리, 돼지 9400마리가 뒤를 이었다. 양식장의 사정도 좋지 않다. 바닷물 온도가 크게 오르면서 전남의 한 양식장에선 돌돔 수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농축수산물 피해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기상청은 8월 초까지 비 소식이 없다며 폭염 특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가축 폐사에 농작물 병충해 및 생육 장애도 잇따르면서 농축수산물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폭염이 이어진 지난 보름 사이 배추는 포기당 1561원에서 2652원으로, 무는 개당 1143원에서 1450원으로 급등했다. 평년 대비 배추는 28%, 무는 44% 비싼 가격이다.

폭염 피해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폭염을 국가차원의 자연재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재난안전법은 자연재난의 종류로 태풍, 홍수, 호우, 풍랑, 해일, 대설, 낙뢰, 가뭄, 지진, 황사, 조수, 화산활동, 조류 대발생은 물론 소행성 등 자연우주물체의 추락까지 폭넓게 규정돼 있지만 ‘폭염’은 빠져 있는 상황이다. 국가 차원의 폭염 대처 방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를 통해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는 재난안전법 개정을 적극 추진할 것을 지시했으며, 이후 26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폭염 관련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개최됐다. 이 회의에서 정부는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되도록 재난안전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고 전력수급, 온열질환, 농축수산, 교통시설 등의 추가적인 폭염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의 경우 △독거노인 약 24만명의 안전 수시 확인 △경로당 냉방비 지원 △노숙인·쪽방주민 1만6000여명 집중보호 등 기존 대책을 추진해 나가면서 대구 북구 등 인명피해 발생 및 폭염빈도가 높은 1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재난안전법 개정을 통해 폭염이 재난으로 지정되면 기관별로 위기관리를 위한 표준·실무·행동매뉴얼을 제정해 사전에 체계적인 ‘폭염 대처 방안’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도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지구온난화 현상은 계속되고, 내년 또는 수년 뒤에 또다시 폭염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이번이 기회다. 폭염 상황에 정부 부처가 각자의 위치에서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대처 방안을 만들어 국민들의 질병 발생 위험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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