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멧돼지가 망친 주말농장의 보람
[기고]멧돼지가 망친 주말농장의 보람
  • 신경하 서울 은평구
  • 승인 2018.07.27 10:51
  • 호수 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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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여가생활은 여유로운 시간에 취미, 여행, 주말농장, 만학(晩學) 등 건강과 능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개인의 즐거움과 행복을 추구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노인의 다양한 여가 활동 중 주말농장 가꾸기는 결실을 꿈꾸며 풍성함을 기원하는 즐거움이 크다. 텃밭에 감자, 고구마, 상추, 배추, 무 등 각종 야채를 가꾸다 보면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누리게 된다. 특히 주말농장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적당히 몸을 움직임으로써 건강을 선물로 받게 된다.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서 경기 파주시 조리읍의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필자는 파주시 광탄면의 노는 땅을 주말농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60대 후반에 시작해 올해로 주말농장 5년째인데, 금년에는 4월 하순에 약 200평의 땅에 고구마를 심었다.
그동안 봄에 씨앗을 뿌리거나 어린 새싹을 심어 가꾼 농산물을 수확해 여러 지인과 친지, 공장 직원들에게 나누어주는 기쁨이 컸다. 
금년 봄에도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씻어가며, 감자·상추·배추 등을 수확하여 풍성한 나눔의 기쁨을 함께 했다. 오뉴월에는 고구마 밭의 잡초를 뽑고, 비료를 주느라 많은 땀을 흘렸는데 가을의 결실을 상상하면 더위쯤은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고구마 줄기는 무럭무럭 왕성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풍성한 수확의 꿈은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지난 6월 30일경 고구마 밭을 가보니 폭격을 맞은 듯 쑥대밭이 돼 있었다. 고라니와 멧돼지의 습격을 받은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했던가. 울타리 망을 쳐 고라니와 멧돼지 접근을 막아 보려고 했지만 헛수고였다. 그물망을 찢어버리고 멧돼지 가족들이 들어와 고구마 밭을 더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산과 주말농장은 500m 이상 떨어져 있건만, 산에 먹을 것이 없는지 멧돼지 가족들이 밤이면 밤마다 내려와 농작물을 헤집었다. 그렇다고 올무나 독약으로 멧돼지를 잡을 수는 없지 않는가. 그러다가 천벌 받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봄부터 고구마를 심고 가꾸느라 약 400만원의 비용을 지출했는데 수확할 고구마가 하나도 없게 되고 말았다. 주말농장이 주는 나눔의 기쁨을 이번 가을엔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참으로 허망하기 그지없었다.       
어딘가에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다. ‘제발 멧돼지를 잡아 주세요.’ 
주말농장을 일궈 수확물을 이웃과 나누겠다는 소망을 접어야 한다는 게 못내 아쉽기만 하다. 그러나 어쩌랴. 다시 울타리를 치고 다음 수확을 위해서라도 이마에 땀을 적셔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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