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산책]푸를 靑
[디카시산책]푸를 靑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8.07.27 10:53
  • 호수 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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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를 靑

회색빛 마른 고목일지라도

마음만 푸르다면 새싹인 들 못 피울까

비바람 뙤약볕 묵묵히 견딘 세월 위에

새들도 내려앉아 지저귀노라  

양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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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서 ‘푸르다’가 갖는 의미는 매우 다양하다. 파란색을 의미하기도 하고 초록의 싱싱함을 나타내기도 하며 선명하다는 뜻도 있고 아직은 덜 여문 곡식의 상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 푸르다는 말 하나로 우리는 정말 여러가지 뜻을 사용하는데 이 디카시에서 푸르다는 새싹을, 새로운 생명을, 약동하는 기운을, 새 삶을, 시작을 의미한다. 오랜 세월 비바람, 뙤약볕을 견디며 살아낸 나무이지만 이미 생명을 다한 뒤다. 하지만 그 나무에 능소화가 또 다른 생명으로 다가와 새 삶을 시작하고 있다. 죽은 나무를 꽃 피우고 있다. 능소화는 어딘가에 기대어 나무처럼 살아간다. 담벼락이든, 다른 나무든 의지해 자신이 나무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능소화가 비로소 나무로서 꽃을 피울 수 있던 것도, 죽은 나무가 다시 꽃을 피울 수 있던 것도 다 서로를 내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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