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왜 가꾸냐고요?!
정원을 왜 가꾸냐고요?!
  •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
  • 승인 2018.07.27 10:54
  • 호수 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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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가든 디자이너]

보기 좋은 정원을 가꾸기 위해

새벽부터 힘든 노동을 하는 건

아름다운 정원을 보는 것 자체가

조건 없이 행복할 따름이며

그 행복을 타인과 나누고 싶기에

약속이 있어 집을 나가려다 되돌아서 물확에 고인 물을 물조리에 담아 얼른 화단에 주고 간다. 뜨거운 햇볕을 못 견디고 에키네시아 잎이 말라가는 중이었다. 외출에서 돌아와 보니 그 사이 잎들에 물이 올라 조금은 기력을 찾았다는 게 보인다. 

 정원은 디자인도 어렵지만 관리는 더 힘들다. 여름정원의 가장 큰 일은 잡초 제거와 초본 식물이 휘청이지 않도록 지지대를 세워주고, 이미 진 꽃이 있다면 꽃대를 잘라주는 일이다. 물론 올 여름처럼 30도를 훌쩍 넘기는 구름 한 점 없는 뜨거운 날이 계속되면 아침저녁 물주기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이 외에도 식물마다 특징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관리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식물학’에 대한 이론 공부도 필수다. 그래서 막연하게 원예라는 것을 노동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이론, 기술, 실습을 통해 정원 관리 노하우를 습득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복잡한 문장을 간단하게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정원 예쁘게 관리하기’가 된다. 

시들어가는 식물을 보면서 ‘아름답다, 예쁘다’라는 말하기는 힘들고, 잡초가 싫은 이유도 이 식물들로 뒤덥힌 정원이 우리 눈에는 폐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지대 없이 늘어져 휘청이는 식물을 보는 일은 우리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고, 화려한 꽃의 색상이 없는 정원은 우리의 눈길을 끌지 않으니 싫어진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정원이라는 ‘아름다운 공간의 연출’을 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좀 묘한 생각이 든다. 흔히 하는 말로 정원이 예쁘다고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이득이 생기는 일도 아닌데 그저 보기 좋은 정원을 만들자고 새벽부터 하루 종일 쪼그려 앉아 등 한 번 펴기 힘든 노동도 감수한다는데...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을 1859년에 썼다. 그리고 12년이 흐른 뒤 1871년에 다시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을 발표했다. 그런데 다윈에게 있어서 이 두 책 사이에 존재하는 12년은 엄청난 고뇌와 힘겨움의 시간이었다. 첫 번째 책, ‘종의 기원’을 통해 모든 생명은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된다는 그야말로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진화론’의 이론을 세우고 지지도 받았지만, 이 법칙에서 벗어나는 생명체의 양상을 해결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공작은 정말 쳐다볼수록 골치덩어리야’라는 표현을 한다. 

‘그건 바로 공작의 그 화려한 깃털이 정말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이 깃털은 화려하고 예쁜 것을 제외하면 걷거나 날기에도 불편하고, 천적에게는 치명적으로 들킬 위험을 노출시키고, 게다가 도망을 치기도 힘든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의 진화론대로라면 왜 공작이 이런 깃털을 지니고 있는지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12년 동안의 고뇌와 관찰, 연구 끝에 다윈은 지금도 실은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공작의 깃털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인간의 유래’를 통해 세우게 된다.

즉 생명체는 생존을 위한 진화와 함께 이와는 별개로 이성에게 자신의 매력을 알리기 싶은 ‘아름다움의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예로 수컷 새들이 유난히 현란한 색상을 지니고, 아름다운 음을 만들어 노래를 하고, 깃털이나 털에 특이한 문양을 만들어내는 것들을 들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 중요한 것은 수컷이 이런 아름다움은 실은 암컷들이 이런 특정한 색의 조화와, 노래 소리, 문양 등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수컷이 아니라 암컷의 취향이 수컷의 치장을 이렇게 만들고 있다는 이론이라고 할까!

당시 다윈의 이 이론은 종의 기원만큼 지지를 받지 못했고 거센 논란을 일으키다 과학계에서 잠시 잊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다시 그의 이론을 바탕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생명체의 진화 이론’이 다시 발표되는 중이다. 다윈의 이론이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이론의 줄기가 옳았음을 많은 후배 과학자들이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실은 사람들이 내가 가장 많이 하기도 하지만 나 자신에게도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정원이 뭐길래, 이렇게 좋은 걸까?” 그 질문의 답을 거창하게 다윈의 이론까지 대입해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색의 꽃이 피어나는 정원, 잘 정리된 정원을 보는 것 자체가 조건 없이 행복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 조건 없는 행복을 다른 이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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